선생님은 왜케 늙었어요?

by 분홍소금
(솜의 세계사 노트)



학생 : 샘, 샘은 왜케 늙었어요?

나 : 음...(급 당황)

학생 : 샘, 진짜 너무 늙었어요. 주름이 너무 많아요. 히히

나 : 샘도 주름이 너무 많아서 고민이야, 근데 너한테 그런 말 들으니까 샘이 좀 슬프다. 이제 수업 하자

학생 : 샘, 언제까지 샘 할 거에요?

나 : 난 오래 해야 돼, 음~ 70세까지 하면 안 될까? 그럼 애들이 늙었다고 싫어할까?

학생 : 당연히 싫어하죠.

나 : 글쿠나. 나, 선생님 계속해야 되는데...수업이나 하자

학생 : 근데 왜 그렇게 오래 해야 돼요?

나 : (완전 열 받음)돈 벌어야 된다. 어쩔래? 됐니?(이 자식이 뭘 잘못 먹었나)

학생 : 아 불쌍하다.

나 : 불쌍하면 책이나 열심히 읽어 와.

학생 : 세계사 공부 진짜 싫어요.

나 : 너 자꾸 수업 안하고 딴소리하면 엄마랑 상담한다아.(사심 가득한 치사 모드로 돌변)


나도 그날 그 학생만큼이나 정말이지 수업 하기 싫었다. 아니 더 했을 것이다. 사실 그즈음에 나도 거울에 비친 주름살을 보며 보톡스라도 맞아야 되는 거 아닌가 하고 심각하게 고민하던 중이었으까.


수업이 끝나고 같은 일을 하는 지인 선생님과 통화를 했다. 오랫동안. 처음에는 맹랑한 녀석을 고발했고 나중에는 주름살과 교사의 유통기한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다.

선생님은 내가 공부하기 싫은 아이의 수작에 말렸다고 하면서도 우리가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리고 배운 게 도둑질이라 이것 말고 딱히 할 줄 아는 것도 없으니 그런 말에 흔들리지 말고 꿋꿋하게 일 하자고 결의를 다지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그 수업 이후, 나는 반년도 채 지나 가기 전에 그만 두었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고, 나의 적성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으며, 요즘 말로 독서 글쓰기 교육에 진심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내겐 더 늦기 전에 더 길게 일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필요했다.


사실 그일 말고 할 줄 아는 게 없는 줄 알았는데, 얼마 가지 않아 정해진 월급에, 4대 보험에, 하루 8시간 일하고 퇴직금도 주는 일자리를 운 좋게 구할 수 있었다. 새로운 일자리에서 새로운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수업을 위한 책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책을 읽을 수 있고 글쓰기도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 때 그 학생의 한 방이 새삼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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