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제대했다.

by 분홍소금
%EA%B0%80%EC%A1%B1%EC%82%AC%EC%A7%84.jpg (우리가족 : 일러스트 by 솜)


엄마 : 여보세요.

나 : 엄마, 홈(아들)이 제대했다.

엄마 : 시집 잘 살고 왔네, 큰일 했다.

나 : 글체, 갸가 우찌 했는고 싶다.

엄마 : 군대 시집 잘 살고 왔으니 큰 산 하나 넘었다.

나 : 맞다, 엄마 말 듣고 보니까 여자만 시집 사는 게 아니라 남자도 시집을 사네.

엄마 : 하모, 남자나 에자나 시집살이를 해야 철이 든다.

나 : 근데 요즘 여자들은 시집 안 산다 그럼 우째?

엄마 : 우짜기는 철 안 나모(나면) 옆에 사람이 고생이지

나 : 우리 홈이 시집 잘 살았으니 철 나서 내가 좀 수월 할래나?

엄마 : 시집 살았다고 다 사람 되는 거는 아이더마

나 : 뭐꼬?

엄마 : 그렁께 철 났겄지 하고 바래지는 마라, 지가 알아서 하그로(하도록) 가마이 놔또

나 : 알았따


살아보니 군대 시집살이, 시댁 시집살이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남편 시집살이, 자녀 시집살이, 질병 시집살이, 돈 시집살이 등 시집살이처럼 매여서 겪어야 할 일이 늘 있었다.


엄마 말씀대로 시집살이가 아니었으면 철이 안 난 채로 옆에 사람 더 고생 시킬 뻔했다. 여러 시집살이를 거치면서 옳고 그름이 비교적 없어졌고 사람에 대한 통찰력이 생겼다.

내 뜻대로 되는 게 별로 없음이 인정이 되어 겸손해졌고, 나 잘난 맛에 살지 않게 되었다. 시집살이의 가장 큰 깨달음은 '별 인생 없다'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