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구하기(1)

by 분홍소금


딸의 직장은 우리 집에서 자동차로 가면 10분 거리에 있다. 물론 차가 없어서 버스를 타고 다니지만 버스를 탄다 해도 2~30분 거리밖에 안된다. 일전에 파스타를 같이 먹으려고 퇴근할 때 전화하라고 했던 적이 있었다. 버스 탄다는 딸의 전화를 받고 25분만 하면 뚝딱 만들 수 있는 알리오올리오 파스타를 시작했다. 그런데 요리가 다 되기도 전에 도착을 하지 뭔가.

이것 말고도 딸이 굳이 집을 구해서 독립하지 않아도 될 합리적인 이유가 천지다.



"지긋지긋해, 더 이상은 못 참아."



딸이 독립을 이야기 할 때마다

"독립해야지(일단 긍정) 근데, 새집 에다가 회사도 엎어지면 코 닿을 데 인데,

걍 살면 안될까? 어차피 결혼하면 독립하잖아. 결혼을 빨리 하는 게 더 낫지 않아?"

"결혼을 빨리 하는 게 마음대로 돼?"



딸은 직장 일로 바빠서 집을 구할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나는 딸과 다른 이유로 미적미적거렸다. 마음 한 귀퉁이에 결혼하면서 자연스럽게 독립하면 베스트 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혼자 살면 돈 못 모은다, 혼자 사는 게 너무 편하면 결혼이 늦어진다.'라는 생각도 한 몫 했다. 심지어 이런 핑계를 댄 적도 있다.

"너 살림 1개도 못하잖아."

"닥치면 다 하게 돼 있어."

"예외라는 게 있잖아? 너는 닥쳐도 못할 것 같다."




최근에 터진 남편과 나와 딸의 3차 대전이 독립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했다. 이러다 애 잡겠다 하는 위기감이 들었고 함께 사는 것이 미련한 짓거리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분리든 단절이든 상관이 없다.'거리 두기'는 코로나 예방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방을 구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기로 했다



직방을 다운 받고 초록색 글씨 창을 열어 구할 수 있는 장소와 비용 등 대략의 사정을 파악했다 그리고 그곳으로 갔다. 젊은 직장인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다고 하는 지역으로 고고씽!



오피스텔이 밀집해 있었다. 세상에 이런 동네가 이렇게 가까이 있었다니. 마치 1인 가구 직장인들을 위한 천국 같았다. 대기업 브랜드로 이루어진 대 단지 오피스텔이 모여있었다. 주변 환경도 지역 특성에 맞추어 잘 조성되어 있었다. 부동산에서도 1인 가구에 최적화된 동네라고 했다.

대로변에 형성되어 있는 다양한 나라의 메뉴를 파는 음식점들은 세련된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었다. 아무 집이나 불쑥 들어가도 맛집일 것 같았다(실제로도 그렇다 함)근거리에 마트와 유기농 매장까지 없는 게 없다 할 정도로 알차게 조성되어 있었다.



한편으로는 편리한 대신 치러야 할 대가가 만만치 않아 보였다. 돈 쓰기 딱 좋은 곳이군. 이렇게 고비용 동네라니, 이런 동네에 살면서 돈을 모은다는 것은 물살을 거스르는 것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데 살아도 될까?"

"뭐 어때, 너의 클라스라면 충분해. 여기서 구하자."




다 좋은데 부동산 전세 시장, 그것도 오피스텔 임대 시장이 어수선하기 짝이 없는 것이 큰 문제로 다가왔다. 시절이 시절이 이렇게 어수선할 수가 없다.

날마다 전세 사기에 대한 기사가 나오지 않는 날이 없다. 깡통 전세, 법인 전세 사기, 갭 투자를 통한 전세,사기 당하고 자살, 무시무시한 기사가 연일 마음을 졸이게 했다. 전세를 쉽게 결정할 수가 없었다. 주인이 30세라니 명의만 빌려준 것 아닐까요? 주인이 지방에 산다구요? 전세가와 매매가가 거의 맞먹잖아요? 달세 주고 나면 뭐 먹고 살지? 반전 세요? 앗, 벌써 나갔다구요?

발품을 팔고 검색하고 탈탈 털어 봐도 뾰족한 방법이 없어 보였다.

(2편으로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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