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구하기(2)

by 분홍소금

처음에 혼자 돌아보았던 곳을 딸과 함께 다시 갔다. 부동산에서 전세, 달세, 반 전세를 알아보았지만 나와 있는 전세 물건이 많지 않아서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다. 가뜩이나 토요일이라 세입자들과 연락이 닿지 않거나 연락이 되는 분들도 외부에 나가 있어 내놓은 방을 볼 수가 없었다.




그 지역에서 가장 흔한 평 수가 6~7평 대라고 했다. 똑같은 평 수와 구조를 가진 방아라고 하며 매물로 나온 방을 보여 주었다. 7.8평 짜리 방이었는데 원룸 크기로는 무난한 평수라고 했다.



방은 혼자 살기엔 적당해 보였고 깔끔하기도 해서 나도 딸도 은근히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비용이 문제였다.

전세 가가 높아도 너무 높았다. 빌라 왕이니, 역 전세니, 깡통 전세니 하며 전세 사기 사건으로 전세가 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는 데 막상 부딪혀 보니 낮아지고 있다는 얘기를 체감할 수 없었다. 막상 방을 구하려고 하니 딴 세상 얘기 같았다. 뒤숭숭한 현실을 반영하듯 반 전세가 가장 인기가 많았다. 나오자 마자 바로 계약이 된다고 했다. 우리도 반 전세를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부동산에 딱 하나 나와 있는 반 전세는 세입자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아쉬웠지만 어쩌겠는가? 월요일에 다시 방문하기로 하고 그날 부동산 일정을 마무리했다.



윌요일에 딸이 부동산에 재 방문하기도 전에 반 전세 물건이 나갔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톡이 왔다. 우리가 찜했는데(말로만) 계약이 되었다고 하니 생각보다 허탈했다. 현실적으로 조급해 할 아무런 이유도 없었는데도 딸의 독립을 가능한 한 빨리 매듭짓고 싶었다. 전세를 얻어야 하나, 월세를 할까? 전세를 구하자니 너무 비싸고 월세는 관리비를 포함해 한 달에 100만 원을 집에 다가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딸은 은행 이자와 월세를 비교해보고 별 차이가 없으면 전세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하며 연차를 내고 은행 순례를 해야겠다고 했다. 은행 상담을 하고 온 딸은 디딤돌이나 청년 전세 대출은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직장인 전세 대출도 고려해 볼만큼 생각보다 이자가 세지 않다고 했다.



대출이자가 6퍼센트~8퍼센트로 치솟아서 영끌 족들의 시름, 급매 어쩌고 해서 잔뜩 겁먹었었는데 대출이자는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 3.6퍼센트로 대출 신청이 가능하다고 했다. 전세 가로 방을 구했을 때와 월세로 구했을 때 생활비를 2배 이상 절약할 수 있겠다는 계산이 나왔다.



전세를 어디다가 구해야 안전할까 를 생각했다. 전세 계약 기간이 만료되어 이사 나갈 때 전세금을 제대로 받으려면 방이 잘 빠지는 곳으로 가야 할 것 같았다. 그렇지만 거기가 대체 어디란 말인가. 강북인가, 강남인가, 서초인가, 잠실인가, 아님 다시 성남?



신축이 위험하다. 구축이 좋겠어. 빌라를 다수 소유한 사람은 무조건 거른다. 국세나 지방세가 밀렸거나 근저당이 잡힌 물건은 자동 패스. 매매가 보다 전세가가 놓으면 절대 안됨. 보증 보험을 들 수 있는지는 꼭 물어볼 것.



발품을 팔며 부동산에서 학습을 하고 검색을 하고 상식을 거쳐서 기준을 정했다. 주말에 다시 나가서 찾아보리라.



그날도 전세를 어디서 구하나 하며 출근을 했다. 버스를 타고 가는데 내가 근무하는 곳 근처에도 오피스텔 밀집 지역이 있다는 것이 퍼뜩 생각이 났다. 매일 출근하면서 보는데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나는 한 오피스텔 건물에 있는 부동산에 가보았다.



부동산에는 전세 몇 개와 매물은 있었지만 반 전세도 월세도 나와 있는 게 없었다. 사장님은 요즘에 빌라 왕 사기 사건 때문에 부동산도 손해가 많다고 했다. 사람들이 불안해 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방문하는 사람마다 사기 아니냐고 물고 늘어지는 통에 힘들어 죽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피스텔 분양한 지 10년이 지났고 의심되는 사람은 아예 거래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해당 오피스텔이 분양 때부터 시작해서 거래의 80퍼센트는 그 자기가 핸들링한다고 했다.



깐깐해 보이는 사장님은 불필요한 말은 최대한 아끼면서도 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짚어주었다. 3층과 6층 전세 두 곳을 소개 받았는데, 크기와 구조는 주말에 갔던 지역에서 본 것과 비슷했다. 입지는 그 지역보다 훨씬 나아 보이는데도 전세 가는 비교적 낮게 형성되어 있었다.



몇 군데를 더 돌아보았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처음 간 부동산에서 보여준 6층 집에 이미 마음이 꽂혀 버렸던 게 아닌가 싶다. 가 계약금을 송금하고 주말에 주인이 와서 부동산에서 계약서를 썼다.

이사 날이 정해지고 입주 전 청소와 이삿짐 센터도 예약했다.

"이번에 이사하면 잘 꾸미고 싶어. 나를 위한 신박한 공간으로 꾸밀거야! 엄마도 초대할게. 이왕 하는 거 인테리어 도움도 받으려고 이케아 디자인 센터에 거실 가구 상담도 예약했어."

"우왕, 역쉬! 잘함잘함!"

"이제 행복하게 살꼬야"



그런데 그런데, 딸이 하는 행복이란 말을 누가 듣고 딴지를 거는 것처럼 방 하나 구해서 나가는 것이 이렇게 어렵고 힘들 줄이야. 전세가 안전해야 행복의 첫걸음이라도 뗄 텐데, 그놈의 전세에서 브레이크가 단단히 걸려 버렸다. 행복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닌가 보다.



계약금을 주고 계약서를 쓸 때 주인을 만나 하자 없이 깨끗한 집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보증 보험이 난데없이 우리의 발목을 잡았다. 5월 1일 부터 보증 보험의 상한가가 바뀐 것이다. 우리가 계약서를 쓸 당시만 해도 140퍼센트 내에서 보증 보험을 들 수 있었던 것이 갑자기 90퍼센트 내로 빡세게 조정이 된 것이다.



전세금은 오롯이 딸이 마련한 것이었다. 딸의 전재산이고. 결혼 자금이기도 했다. 딸에게 이보다 큰 일이 있을까. 실제로 딸은 시방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안절부절을 못했다. 딸의 뇌피셜은 이사도 가기 전에 이미 사기를 당했다 가 된 듯했다. 정신이 나간 사람 같았다.



"그 지역은 내 놓으면 바로 나간다고 하잖아. 이사 나갈 때 전세금을 받고 나가면 되잖아. 변호사님도 부동산사장 지인도, 부동산 임상 전문가(강남 복부인)도 점유, 전입, 확정 일자만 해도 1순위 변제 대상이 되고 이후에 임대인이 근저당이나 담보 물로 잡힐 수 없다고 하더만. 그래도 불안하면 6개월 정도 살다가 임대인 복비(부동산비용)물고 방 빼서 나오자."

딸은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고도 하고 소화도 안되고 악몽도 꾼다고 했다. 나도 덩달아 걱정 근심으로 영혼이 빠진 사람처럼 건성건성 지내고 있었다.



임대인이 보증 보험 커트라인에 맞춰 전세금을 낮춰 준다 해도 은행 대출을 조정해야 했다. 대출 조정을 한다고 해도 이사 날에 우리 돈으로 일단 잔금을 치뤄야 했다. 며칠 동안 지옥을 살았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보다 못한 내 친구가 "나는 16번이나 이사를 했네요.(진정한 유목민) 우리는 보증 보험 그 딴 것 안 해도 잘만 뺐구만. 헛 똑똑이들이야, 적당히 하라 그래."

또 어떤 지인은 대출 왕창 내서 지은 신축 빌라 오피스텔, 투기 목적으로 몇 개 씩 갖고 있는 빌라 왕, 가격 폭락 지역 땜에 시끄러워서 그렇지, 대부분의 주인들은 계약 기간 끝나면 새로운 세입자 들이고 전세금 돌려주는데, 젊은이들이 전후 사정이나 지역 특성도 모르고 너무 유난 떤다고 했다.



보증 보험을 들었으면 좋았겠지만 되돌려서 다시 세팅하기엔 이사 날이 너무 촉박했다. 어떤 위로의 말에도 불안이 말끔히 가셔 지지는 않았지만 이사 준비를 진행 했다.

(계속 이어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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