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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다 Feb 24. 2021

프라하 산책 /  Spring (1888)

체코 대사관 옆집에 가봤니?


프라하에 살면 주체코 대한민국 대사관에 들릴 일이 가끔 있죠.

대사관으로 가는 길은 오래된 주택들이 줄지어 있어 가을날이면 더욱 멋스럽게 느껴지는데요.

대사관 바로 옆집은 특별하게도 아름답게 장식된 외벽이며 꾸밈이 예사롭지 않아 오래된 그 집이 늘 궁금했었답니다.



Slavíčkova 196/7 /160 00 Praha 6-Bubeneč

ⓒ Google
©art.nouveau.world
ⓒ Google

하지만 머 프라하에서는 다들 100년은 거뜬히 넘기고 오래오래 자릴 지키는 집들이 워낙에 많은지라.. 그냥 그중 한 채려니 생각할 수밖에 없었는데 오늘 우연히 알폰스 무하에 대해 자료를 찾아보다가 바로 그 "옆집" 쥔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이렇게 소개해 봅니다. 


알폰스 무하와 뮌헨의 미술아카데미에서 같이 공부한 친구로 까렐 비테츨라브 마셱(Karel Vítězslav Mašek) 이란 화가가 이 집의 주인입니다. 무하와 더불어 뮌헨과 파리에 유학하며 미술과 아르누보에 대한 공부를 했던 까렐은 체코의 화가, 건축가이며  아르누보 시대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교수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상징주의로 분류되는 심볼리즘의 대가로서도 국제적 명성을 얻은 최초의 체코 화가이기도 합니다. 


벽면에 덩굴무늬와 아르누보 장식이 뿜뿜한 사진의 빌라는 1901년에 직접 설계했다고 해요. 여긴 별장으로 쓰인 집이고요 화가의 집은 프라하 구시가 명품거리 쪽에  엄청나게 큰 빌딩을 지어 살았던 건물주였습니다.

암튼. 그렇게 찾아보다 보니, 미술관에서 이분의 작품 중 하나를 제가 찍어놓은 게 있더라고요.

지난 한겨울에 미술관에서 본 봄날의 요정은.. 한참을 그림 앞에 붙들어 놓을 만큼 예쁘고 고왔더랬습니다.


작품 제목도 딱. '봄'입니다.



Spring (1888)

Karel Vítězslav Mašek (1865~1927) , Oil on canvas ,   H 224 * W122

작품의 사이즈가 꽤 크기 때문에 먼저는 멀리서 전체 그림의 구성을 보고 가까이  한걸음 다가가 디테일을 살펴보면 이 그림 또한 작가의 붓터치를 아주 세밀히 볼 수 있습니다.  

화가는 요정의 하얗고 보드라운 피부 질감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배경에 바위와 대비를 시켰구요.

보는 순간 봄을 향해 나팔을 불고 있는 소녀의 얼굴로 집중하게 됩니다. 그녀의 얼굴 주위로 봄빛이 살풋 올라온 산등성이의 색감을 바이올렛과 라임 그린으로 후광을 비춰주듯 밝게 뽑아 인물을 더 살려주고 있습니다.


색감이 너무 예쁘죠?



게다가 붓터치가 세밀하진 않지만 나뭇가지 위에 새들과 벌, 그리고 너무 높이 있어 잘 보이지 않는 거미와 바위에 앉은 잠자리까지 숨은 그림 찾기처럼 들여다볼수록 숲의 생생한 친구들이 눈에 띄네요.



가만히 들여다보자니..


꽃이 피어나는 숲 속에서 멀리 계곡을 향해 부는 나팔소리에 새들의 지저귐 까지 시청각적인 느낌을 주는 그림이었습니다.  화환을 두른 소녀의 복숭아빛 뺨이 생그러운 봄이 빨리 오길 기대하는 설레임을 표현한 것 같기도 하구요.


딱.. 요맘때.. 

담주면 3월이 되는 이 봄날에 즐겨 감상할만한 그림이지 싶습니다.





화가이기도 했지만 아르누보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 예술가 이기도 했던 까렐의 작품 중에 알고 보면 '아하!' 하고 감탄할만한 게 또 있습니다.


바로 프라하 중앙우체국 벽화죠.

© 2020 The Prague Vitruvius

무하의 친구답게 구시가 무하 박물관 근처에 있는 프라하 중앙우체국에 들어가면 사방 벽면의 벽화와 높은 유리 천장이 인상 깊은데요. 이곳의 벽화 디자인을 바로 까렐이 했다고 합니다.

체코의 문장과 더불어 각 도시별 문장을 표현한 네 개의 벽은 1898년부터 1901년까지 그려졌습니다.

© 2020 The Prague Vitruvius

정면에 보면 '우리는 세계의 모든 국가를 연결합니다.' (Spojujeme všechny národy světa) / 우리는 당신의 일과 생각을 연결합니다(Spojujeme vaše myšlenky a práci)라고 쓰여있습니다.


© 2020 The Prague Vitruvius

화려한 입사귀와 덩굴을 표현한 건 전형적인 아르누보의 디자인으로 볼 수 있구요.

© 2020 The Prague Vitruvius

전선 공사를 하고 있는 우체국 직원의 모습이 벽화에 담기기도 했습니다.


여기까지 보고 나니 다시 대사관 '옆집'이 왜 색다른 모양이 되었는지 알만하죠?

19세기엔 정말 화가와 디자이너와 건축가가 종합예술을 제대로 보여준 황금기였음을 오늘도 확인하고 갑니다. 


ⓒ h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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