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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da Aug 27. 2017

백종원표 레시피면 성공할 수 있을까요?

망하는 음식점들의 무시 못할 공통점

대한민국 입맛을 저격한 요리연구가 백종원 씨. 그가 짧은 기간에 대한민국에 끼친 업적을 누군가는 치맥의 발견만큼 근 먹거리사의 중요한 인물이라 평하기도 합니다.

요리에 자신 없던 이를 TV 앞으로 불러 모아 전지전능 만능 소스로 죽어가던 식재료의 부활을 경험하니 '아 요리도 하면 되는구나'라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백종원 씨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의도한 것처럼 전 국민이 따라한 그 유행어


참 쉽쥬?


쉽게 쉽게 요리를 펼치며 시청자 눈높이에서 그는 요리 중 위기마다 이렇게 말해줍니다.


괜찮아~그럴 땐 이렇게 하면 돼유


그는 우리의 요리가 망하기 쉽다는 관점에서 음식이 망하지 않도록 컨설팅해주고 그 요리는 결국 기대 이상의 맛을 냅니다. (새마을식당' '한신포차' '홍콩반점'등 백종원 씨의 더본코리아 작년 기준 매출액 1,749억 돌파)


'백종원의 푸드트럭'


<SBS 백종원의 푸드트럭>


영향력 있는 요리연구가이자 성공한 사업가인 그가 최근 진행 중인 TV 프로그램인데 기존 맛을 내는 비법 공개와 함께 이젠 요식업(여기선 푸드트럭)의 영업 노하우까지 알려주는 내용입니다. 컨설팅이 필요한 푸드트럭 사장님들을 살펴보며 백종원 씨는 냉정하게 조언합니다.


어렵죠? / 그게 되겠어요? / 이건 기분 나빠지는 맛이에요

이전 백종원표 방송처럼 망해가는 요리를 친절하게 독려하지 않고, 사업가 관점에서 단호하고 잔인하게 지적합니다. 방송에 참여한 사장님들은 백종원이라는 브랜드 힘 때문인지 방송 내내 컨설팅 내용을 이해하고 인정하려 하나 조언들을 전부 내 것으로 소화하기 쉽지 않습니다.

복잡한 메뉴, 느린 조리 시간, 부족한 맛


손님이 기다려줄까요?


사장님 모두를 관통하는 백종원 씨의 핵심적 물음입니다. 푸드트럭이란 오늘도 그냥 지나칠뻔한 나의 일상을 파고드는 치명적 유혹 업(!)입니다.

음식 장사는 맛은 30%고 분위기가 70%

아무리 손님을 유혹하려 해도 맛이 차지하는 비중은 단 30%에 불구하고 분위기 같은 정서적 자극이 더 손님을 자극시킨다는 백 대표의 인사이트 있는 조언인데. 저는 인상 깊게 공감했습니다.


'음식점은 어느 정도 맛있으면 안 망한다?'


낮은 진입장벽으로 인한 시장 포화, 프랜차이즈 갑질, 감당 못할 높은 임대료  등 사회 문제의 영향이 큰 원인일 수도 있으나 손님 입장에서 제가 피부로 느낀 망했거나 망해가는 식당의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손님 지갑만 관심 있지, 손님 피드백에 관심이 없다'


<손님 보다 인기 좋은 손님 지갑>

내가 파는 음식의 오늘 간이 괜찮은지, 밑반찬이 부족하진 않는지, 대기석 의자가 불편하지 않은지, 에어컨 온도가 적당한지, 옆자리 단체 손님 때문에 시끄럽지 않은지, 아이도 편하게 먹었는지, 주차가 불편하진 않았는지 손님이 방문하여 겪는 경험은 수십/수백 가지지만 제가 겪은 망한 사장님들의 공통점은 손님의 서비스 경험엔 도통 관심 없고 어서 먹고 계산대에서 빠르게 제 지갑이 나오기를 재촉할 뿐이었습니다.


재료값도 오르고 임대료도 오르고 알바 최저시급도 오르고 업체 간 경쟁률도 오르고 세상 모든 게 다 오르지만 한숨만 쉴 뿐 가장 리스크가 큰 오르지 않는 손님 만족도엔 통 무관심하고 그 결과는 6개월 버티느냐 3년을 버티느냐, 시한부 투병의 시작입니다. 우리 몸은 먹기 전엔 음식이 간절하지만 먹은 직후 그 간절함은 가볍게 증발되며, 무겁고 오래 기억되는 건 카드 결제 내역 문자메시지입니다. 가게를 떠난 후 만족이 이어져야 얇은 지갑 속 돈이 아깝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매번 손님에게 상세한 서비스 만족도를 물어보면 될까요?  글쎄요 우린 이미 경험했습니다. 손님은 다 말로 표현하지 않습니다. 표현하고 싶으면 기다린 후 식당문을 나서며 스스로 평하지요,

한 번이나 먹지 다시 먹을 일은 없네

가게 안에 있을 땐 말 거는 직원들이 피곤할 때도 있고, 함께 식사하는 이가 불편해할까 싶어 넘어가고, 이 정도 가격에 서비스 원하는 건 사치라고 타협도 합니다.  하지만 손님 반응을 말로 알 수 없다면 관찰을 통한 행동 언어 신호로 알아낼 수 있습니다.


출입구의 머뭇거림 / 메뉴판 넘기는 속도 / 추가 조미료를 요청하는 횟수 / 남겨진 음식의 양 / 손님 간 음식 대화 내용 / 가게에 대한 질문 / 계산 직후 표정 / 서비스로 낸 후식 반응 / 마일리지 적립 거부율 등 다양한 요소를 관찰하고 더 잘 관찰할 수 있도록 간단한 행동 유도 설계를 하면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손님 피드백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중요한 관찰 역할은 직원이 아닌 사장 본인이 해야 합니다. 직원에게 관찰의 업무까지 주기엔 이미 다른 업무로 바쁘고 설령 한다 하더라도 직원은 이미 자신의 몫은 한다고 판단하기에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살피기 어렵습니다.(관찰이 섬세하지 않으면 손님은 부담을 느끼고 심리적 방어가 강해집니다.) 


직원이 접객 최전방에서 활약하는 동안 사장님은 손님 전체를 살피고 관찰하는 구조가 가장 이상적입니다.

(부정적 예 : 제가 아는 냉면집 사장님은 관찰을 잘해 직원에게 지시를 잘하는데. 그걸 직원을 혼내면서 큰소리로 이야기를 해버리니, 결국 제가 불편하고 안 가게 되었습니다.)


백종원 씨는 방송을 통해 본인의  장사 관찰력을 드러냅니다. 푸드트럭 사장님 입장에선 발등에 떨어진 불이기에 특급 레시피 전수받기도 바쁘겠지만 그 레시피를 만들어내는 백종원 씨의 관찰 노력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해외 '고든 램지의 키친 나이트메어'란 프로그램에선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일류 요리사인 고든 램지의 독설과 코치로 망해가는 레스토랑의 부활을 이끌었지만 수년이 지난 지금, 고든 램지 방송이 살린 레스토랑의 70%는 폐업했습니다.


지속 가능한 성공을 보장하는 완벽한 레시피는 없습니다. 백종원 씨도 이를 잘 알기에 본인을 소개할 때 셰프가 아닌 항상 관찰하며 배우는 요리연구가라고 소개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얼마 전 정수기 고장으로 미지근한 물이 나오자 말없이 각얼음을 내와 제 물컵을 채워주신 단골 분식집 사장님 케이스가 생각납니다. 요식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음식을 막 내놓는 순간이 아닌 식사 후 문을 나서는 손님의 만족감까지입니다._ha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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