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어디까지가 ‘충분한 정보’일까?”의 판단
"조금만 더 확인 후, 실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메신저와 회의실에서 이 말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르겠다. 곧 결정할 것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멈춰 서 있는 상태였다.
문제는 하나다.
HR업무에서 정보는 끝까지 모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항상 한 조각은 빠져 있다. 타사 사례는 우리 회사 상황과 너무나 다르고,
시장 데이터는 빨라야 반년 전 자료이고, 직원들의 의견은 부서마다 엇갈린다.
어디까지가 '충분한 정보'일까
채용 공고를 올리기 전, 평가 기준을 확정하기 전, 보상안을 발표하기 전,
HR은 정보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상태로 조금만 더 보려고 한다.
하지만 그 '조금'은 언제 끝날까?
결론부터 말하자.
충분한 정보는 더 이상 안 나오는 정보가 아니다.
지금 결정해도 조직이 멈추지 않는 수준의 정보다.
1인 HR로 일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완벽한 정보를 기다리다가는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결정하지 않는 동안, 조직은 멈춰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HR이 착각하는 '충분한 정보'가 있다.
첫 번째, 모두가 동의하는 정보.
HR은 종종 이렇게 생각하기 마련이다.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근거가 있으면 결정하기 편할 텐데."
그런데 그런 날은 오지 않는다. 올 수가 없다.
전에도 이야기했듯이, 영업에서는 당장 사람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고,
재무팀과 경영진은 예산을 지키고 리스크를 줄이라고 할 것이다.
모두가 동의하는 순간을 기다린다면, 결국 아무도 동의하지 않는 채로 시간만 흘러가게 된다.
모두가 동의하는 정보는 환상으로 보이게 마련이다.
HR의 역할은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의견을 듣고, 그 안에서 지금 조직에 필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두 번째, 리스크가 완전히 제거된 정보
"혹시 나중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HR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만든다.
A안, B안, C안. 각각의 리스크를 생각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하지만, HR에 리스크 없는 선택지는 없다. 차이는 '크기'뿐이다.
예를 들면, 채용을 빨리 하면, 검증이 부족할 수 있다. 채용을 늦게 하면, 시장에서 좋은 후보자를 놓칠 수 있다.
어떤 선택을 하든 리스크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리스크를 제거하려고 하면, 결정은 영영 나오지 않는다. 대신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
이 리스크가 터졌을 때,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결정하면 된다.
세 번째, 나중에 혼나지 않을 정보
솔직하게 말하자.
HR이 정보를 더 모으려는 진짜 이유는 때때로 이것이다.
"나중에 혼나지 않으려고."
그래서 자료를 더 찾고, 근거를 더 만들고, 회의를 하거나 메신저로 한번 더 확인을 한다.
그렇게 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저는 충분히 검토했습니다."라고 말을 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정보가 아니라는 것이다.
보험이다.
조직은 HR에게 보험을 들라고 하지 않는다. 판단을 해달라고 하는 것이다.
나중에 혼나지 않을 정보를 찾는 순간, HR은 이미 결정권을 포기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평가시즌이었다.
기준에 따라 등급을 정했고, 각 팀장들. 그리고 경영진과 최종 조율도 끝낸 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질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제 평가 등급이 이해가 안 가는데,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우리 팀이 이번에 잘한 것 같은데 왜 제 평가등급이 이럴까요?"
"이번 분기에 큰 프로젝트를 성공했는데, 이게 반영이 안 된 건가요?"
나는 각 팀장에게 물었다.
"이 직원분, 평가 등급 재검토 필요할까요?"
"프로젝트 기여도가 더 반영되어야 할까요?"
그리고 조정 또는 의견을 들은 후, 경영진에게도 다시 정리하여 보고를 올렸다.
"일부 직원들이 평가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재조정이 필요할까요?"
일주일이 지났다.
그 사이 직원들은 계속 기다렸다.
온오프라인에서 여러 말들이 돌기 시작한다.
"평가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
"결국 바뀌는 거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몇몇 직원들은 직접적으로 물어본다.
"제 평가 결과, 바뀌는 건가요? 아니면 그대로인 건가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깨닫게 된다.
내가 신중하게 검토하는 동안, 직원들은 이미 평가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을 잃고 있었다는 것을.
바로 'HR에 대한 신뢰'였다.
평가를 바꿀지 말지 고민하는 동안, 정작 문제는 평가 등급이 아니었다는 것을 말이다.
결정하지 않는 HR의 모습이 문제가 크다.
내 '신중함'이 누군가에게는 '우왕좌왕'으로 보였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정보를 나눈다.
정보는 세 종류다.
1번 있으면 좋은 정보
2번 없어도 결정 가능한 정보
3번 없으면 사고 나는 정보
여기서 3번만 확보되면 결정하기가 쉽다. 나머지는 운영하면서 채울 수 있다.
이게 1인 HR의 생존 방식이다.
간단하게 신호등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더 쉽다.
빨간불에 출발하면 사고가 나기에 무조건 멈춘다.
노란불이면 빠르게 갈지 또는 멈출지 고민하게 된다. HR의 대부분 결정은 여기다.
초록불이면 계속 가면 된다. 초록불에서 멈칫하게 되면, 뒤에서는 차가 빵빵댄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충분한 정보'의 진짜 정의는 이것이다.
결정하지 않았을 때의 비용이 결정해서 생길 리스크보다 커지는 순간이다.
그때가 충분한 정보가 확보된 시점이다.
이 시점에서 미루면, 그건 신중함이 아니라 회피가 된다.
HR은 실수하면 사람들이 기억해서 무서워한다. 그래서 완벽한 정보를 기다리는 게 옳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조직은 HR을, 그리고 HR의 판단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제 인정하기로 했다.
완벽한 정보를 기다리는 건 안전해 보일지 몰라도, 결코 좋은 결정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그런데 이런 질문이 남는다.
"나중에 문제 되면 어떡하죠?"
이런 말, HR이 많이 하는 말 중에 하나이다. 그리고 그리고 가장 많이 듣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말에는 결정을 미루는 진짜 이유가 숨어 있다.
다음 화에서는 이 말의 진짜 의미를 해부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