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화) 판단이 HR을 만든다.-3

'빨리 결정하면 틀리는 걸까'의 생각


틀린 결정과 늦은 결정 사이에서


결론부터 말하면,

빨리 결정한다고 해서 틀리는 건 아니다.

하지만 늦은 결정은, 거의 항상 비용을 남긴다.


HR은 늘 틀린 결정과 늦은 결정 사이에 혼자 서 있다.


HR이라면 한 번쯤 이 질문을 마주했을 것이다.


틀린 결정이 진짜로 더 나쁜 걸까?

아니면, 늦은 결정이 더 위험할까?


회의실에서, 메신저 앞에서, 그리고 혼자 자리에 앉아 있을 때. HR은 이 질문을 반복해서 만난다.

채용 시기를 결정할 때도, 평가 기준을 정할 때도, 보상 원칙을 세울 때도 마찬가지다.


완벽한 근거가 없으면 불안하다. 그래서 조금 더 보자고 말한다.

그런데 그 사이, 조직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HR은 늘 틀린 결정과 늦은 결정 사이에 혼자 서 있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HR에게 더 비싼 건 대부분 틀린 결정이 아니라 늦은 결정이다.


틀린 결정은 고칠 수 있다.

하지만 늦은 결정은 이미 조직 안에 비용을 남긴다.

그 비용은 회계장부상에서는 보이지 않고, 그 어떤 보고서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조직에는 오래 남게 된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신뢰의, 균열로, 감정의 흔적으로 남게 된다.


왜 늦은 결정이 더 비쌀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1. 틀린 결정은 수정이 가능하다.

틀린 결정은 이런 모습으로 보여진다.

연봉 밴드를 잘못 잡았다. 평가 기준이 현장에 안 먹힌다. 제도를 도입했는데 반응이 뜨뜨미지근하다.

하지만 틀린 결정에는 공통점이 항상 보이기 마련이다. 고칠 수 있다.

기준을 조정하면 되고, 보완안을 만들면 되고, 다음 분기에 다시 바꾸면 된다.

틀린 결정은 관리가 가능하기에, 틀린 결정은 고통스럽지만, 학습으로 남게 된다.

그 학습이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는 데이터가 된다.


2. 늦은 결정은 감정 비용을 남긴다.

늦은 결정은 이렇게 남게 된다.

채용 시기를 놓친다. -> 사업부 일정이 꼬인다.

평가 기준 확정이 늦어진다. -> 불신이 생긴다.

보상 원칙이 정해지지 않는다. -> 뒷말이 폭증한다.


이 상황은 고치기가 정말 어렵다. 왜냐하면, 사람의 감정이 이미 개입됐기 때문이다.


"HR은 뭐 하는 곳이야?"

"또 우리 의견은 반영이 하나도 되어 있질 않네."

"결국 아무것도 바뀐 게 없어"


이런 말들이 조직 안에 쌓인다. 그리고 그 말들은 다음 결정을 더 어렵게 만든다.

신뢰가 깎인 상태에서는,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받아들여지지 않게 된다.


3. 늦은 결정은 삼중 비용 구조가 된다.

HR관점에서 보면, 늦은 결정은 단순한 지연이 될 수 없다.


늦은 비용 = 기회비용 + 신뢰비용 + 감정비용


기회비용은 놓친 시간이다. 채용이 한 달 늦으면, 영업에서는 한 달치 인력 공백을 남은 사람들이 감당해야 한다. 그 공백은 누군가의 야근으로, 지연된 프로젝트로, 고객 불만으로 이어질 것이다.

신뢰비용은 쌓인 불신이다. "HR한테 물어봐도 답이 없어"라는 말이 팀 안에서 돌기 시작하면, 다음부터는 HR에 묻지 않는다. 그냥 자기들끼리 결정해버린다. 그렇게 HR은 조직의 중심에서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

감정비용은 개인의 상처다. "내 보상은? 직무는 어떻게 결정이 되나요?" 라는 질문 앞에서, "아직 검토 중입니다." 라는 답은 아무 위로가 되지 않는다. 기다리다 지친 사람은 결국 나가게 되기 마련이다.


이 세가지 비용은 회계장부상에서는 보이지 않고, 그 어떤 보고서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어떤 포지션의 사람과의 인터뷰를 보았고, 정말 회사가 필요로 하는 직무의 후보자라 판단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 후보자도 우리 회사에 관심이 있었지만, 문제는 연봉이었다.

우리 회사에서는 해당 포지션의 연봉 상한선이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의 기존 연봉은, 우리 상한선보다 더 위에 있었다. 숫자가 맞지 않았고, 줄다리기가 시작되었다.


"조정 가능성이 있을까요?"

"대표님 판단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감사드립니다."


후보자에게 명확한 답을 주지 못했고, 나는 대표의 최종 결정을 계속 기다렸다.

그 사이에 HR은 전달자가 되어 가고 있었다.

결정자도 아닌, 결정을 기다리는 사람으로 말이다.


그 사이 후보자와의 연락은 뜸해졌다. 중간 상황을 설명하지도, 회사가 여전히 원한다는 신호를 주지 못했다.

며칠 뒤 결국은 후보자가 최소로 원하는 연봉선까지 조절을 하지 못하고 최종 오퍼를 넣게 되었다.


"그 연봉으로는 입사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당연히 예상되는 답변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이미 끝나게 되었고, 그때 깨닫게 되었다.

연봉 협상에서 결정이 늦어지면, 관계가 먼저 끊어진다는 것을.


조금만 더 경영진에게 푸쉬했어야 했다. 완벽한 답을 기다리기보다, 지금 가능한 안을 만들어 설득하고 좀 더 후보자가 원하는 연봉상한선을 제안했었어야 했다.

연봉 협상에서 필요한 건 정답이 아니다.

놓칠 것인지,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다.



정리해보자

틀린 결정은 -> 다시 고칠 수 있다.

늦은 결정은 -> 이미 늦었다.

그래서 1인 HR의 판단 공식은 이것이다.


정보가 부족할수록 결정은 더 단순하게, 그리고 더 빨리


틀릴 용기 없는 HR은 결국 아무 결정도 하지 않는 HR이 된다. 그리고 조직은 결정하지 않는 HR을 기억하지 않는다.

결정했다가 틀린 HR만이 다음에 더 나아질 기회를 얻는다.

빠르게 결정한다고 해서 틀리는 건 아니다. 하지만 늦은 결정은, 거의 항상 비용을 남기게 된다.

HR은 늘 그렇듯이 틀린 결정과 늦은 결정 사이에서 혼자 서 있고, 그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빠른 결정을 택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더 생각하게 된다.


빠르게 결정하려면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까?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HR은 무엇을 보고 결정해야 하는가?

다음에는 판단의 기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

완벽한 근거가 아니어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기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