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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을짓다 Apr 24. 2022

엄마에겐 숨구멍이 필요해

시윤이 엄마 말고 '나'로 살 수 있는 시간 말이야

아기와 처음 만나던 그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날까지만해도 나는 '육아'가 내 인생을 어떻게 바꿔놓을지는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고, 그저 얼른 힘들고 세상이 사라질 것 처럼 아프다는 출산이 끝나서 내 몸이 조금 더 편해지기를 바랐다. 그야말로 '몰라서 용감하다'는 말이 정말 꼭 맞는 상황이었다.


2020년 2월 24일, 당시 잠깐 유행하고 말줄 알았던 코로나 바이러스(이 때는 이름도 없었다)가 처음으로 1,000명에 근접하던 그 난리 속에서 나는 시윤이의 엄마가 되었다. 병원과 조리원을 거쳐 집으로 오기 전에야 문득 겁이났다.


병원과 조리원에서 받았던 도움의 손길은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 끝이라는 것, 그 말은 반대로 하자면 지금까지 힘들다고 느꼈던 신생아 케어는 힘든 축에도 속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친정엄마가 오셔서 한 달간 나와 아기를 같이 돌봐주셨지만, 뭐든 내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때에 하던 삶이 끝났다는 것을 집에 돌아와서야 알게 되었다.


나는 무척이나 주체적인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내가 하고싶은 일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호기심이 많아 늘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 그런데 아기와 함께하는 삶은 내게 도무지 그런 짬을 주지 않았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무서워 밖으로 나가질 못했다. 어쩌다 잠시 단지 한바퀴 돌고 들어오는 것이 유일한 외출이었다. 집에 있는 것이 갑갑해 매일을 밖으로 나가 카페놀이를 하던 내가 50일이 넘도록 카페 한 번을 가보지 못했다. 아기가 자는 시간에 엄마도 쉬어야한다는데 아기가 자는 시간이면 나는 매일을 내 눈앞에 닥친 육아문제의 답을 찾기위해 검색창을 열어야 했다. 쉬고 싶어도 쉴 시간이 없었고, 나를 찾는 것은 사치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내 삶에는 자꾸만 먹구름이 끼어왔다.


눈물이 많아졌고, 신경이 예민해졌다. 그런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결심했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어!
숨구멍을 찾아보자



그때가 나의 숨구멍 찾기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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