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뉴빌딩
또.. 영업 조직 구축
나는 영업조직을 구축하고, 운영하고, 정책을 만들고, 영업활동을 하고, 실적을 내고, 안정적인 조직을 만드는 일을 한다.
내 개인의 성향을 볼 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고, 말하기를 좋아하니 너무 잘 맡는 일이다.
반면, 조직장으로서 볼 때 보이지 않는 터널 같고, 내 뒤에 어깨에 수십 명의 사람들 생계가 걸려있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15년 정도 경력으로 내 나이 38에 한 우물만 판 결과 나름 업계에서는 소문난 일꾼이라 자부한다.
그리고 쌓인 경력만큼 인프라와 경험치가 많아 어느 정도 견적이 나오면 일이 많겠다. 적당하겠다. 여유롭겠다. 감이 온다.
내가 업무를 할 때 양이나 나의 힘듦은 그다지 따지진 않지만, 여유로운 일은 일부러도 피한다. 나만의 고집 같은 것이다.
CEO의 시선에서 "쟤는 하는 일이 뭐야"라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
중견기업에서 8년의 신규사업론칭과 조직구축/운영을 해왔다. 두 번의 론칭을 하고 나니, 나의 30대 초중반이 사라져 있었다.
생각해 보면 20대는 로망. 여행. 감성. 쇼핑. 문화활동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30대 초중반은 일을 하는 즐거움으로 힘든 줄 모르고 일했다.
다행히, 좋은 동료를 만났고, 지원자를 만났고, 멘토를 만났고, 때마다 조언을 해주는 좋은 분들을 만났다.
직전회사에서 새로운 조직구축을 잘해왔고, 그곳이 당시 급성장하는 회사였기 때문에 아무리 힘든 상황이어도 퇴사하는 사람은 없었다. 회사가 급속성장하던 시기. 위경련이 시작되었고, 응급실에 몇 번이고 실려갈 정도로 몸은 피폐해졌다. 어느 날 회사와 싸우고 있는 나를 보았다. 너무도 애착하던 회사였기에 자각하는 순간 허탈해졌고, 내가 더 이상 즐기지도, 행복하지도, 의지도 없었다.
나에게 남은 건 책임감하나였다
그들을 위해 남은 힘을 내었고, 다시 안정이 찾아왔다.
그리고 나는 긴 터널 끝에서 짧은 인사를 했고, 월마감을 끝으로 정리했다.
마음이 심란하고 몽롱할 때 글을 쓴다.
브런치작가를 시작했을 무렵도 그러했다.
그게 긴 터널 끝무렵이었다.
그리고 정말 자유롭고 행복한 15년 일하고 달콤한 2달을 맛보았고, 내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여행을 했고,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지금의 회사에 와서 새로운 사업을 론칭. 조직구축/운영을 했다.
대기업이라 다르지 않을까? 더 낫겠지.
모든 일에 더 나음은 없었다.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
대기업의 구조상 업무분장이 세밀화되어 있고, 개인정보보안이 철저하고, 보고체계가 명확해서 사실 내가 중견기업 다닐 때 이러면 좋겠다 하는 부분이었지만 맞닥뜨리게 되니 시간이 걸리고, 담당자를 찾는 게 반나절인 이것 또한 쉽지 않았다.
다행히도 열정적인 팀원과 조직원들을 만나 시작이 좋았고 다시 안정적인 조직을 5년 만에 만들어 냈다.
내가 하루정도는 쉬어도 알아서 이슈없이 굴러가는 조직.
성과와 실적이 나오는 조직.
조직원의 만족도가 높은 조직.
어느 정도의 워라밸이 보장되는 조직.
내가 만드는 조직은 시간은 걸리지만 이상적인 조직이다.
그리고 나에게 건강을 챙기는 여유가 생겼고,
내가 건강을 돌본다는 건 그래도 이 회사를 오래 다니고 싶다였다.
그리고 지난 5월 뜻밖에 제안을 받았다.
기존 실적이 저조한 조직을 뉴빌딩.
지금 맡고 있는 조직과 겸임.
나는 늘 그러하듯 거절하지 않았다.
나의 선택이다.
또 뉴빌딩.
또 영업조직구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