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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신갱이 Jan 18. 2024

삼십 대 센터장 일기

38살 대기업 교육 관리자 경력자 10년 차. 

2024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이 브런치에 센터장 일기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나름 이 업계에서는 자리를 많이 굳힌 거 같지만,

여전히 편하지 않은 38살 관리자 10년 차다.


교육업계의 트렌드가 변화하는 그 중심에 내가 있었다.

생소했던 그때. 온라인 교육업계를 들어가.

벌써 15년 차 교육업계에 몸담고 있다. 


아이디카드 차고 스타벅스 커피에 로비를 걷는 내 모습에 2시간이나 일찍 출근했던 풋풋했던 그 아이는

아이디카드는 서랍 속에. 아침부터 업무 하고, 병원 가고, 업무공유하고, 출근준비하기 바쁘다.


출근 후 여유롭게 책상정리하고, 아기자기한 용품으로 꾸며 놓던 귀여운 그 아이는

정신없이 큰 컵에 물 따르고 작은 컵에 커피 한잔 타놓고 센터 한 바퀴 돌며 인사하고 점검하기 바쁘다.


알록달록 예쁜 메모지를 대신하는 손에 잡히는 이면지와

색색별 예쁜 필기구를 대신하는 삼색 볼펜


귀여운 마우스 대신 손목에 무리 안 가는 인체공학 마우스

바탕화면을 종류별로 정리하는 대신 그날그날 필요한 거 꺼내놓고 어지럽게 나열되어 있는 폴더들

15년의 세월은 여유대신 열정을, 깔끔 함대신 활용성을, 귀여움 대신 건강으로 바뀌었다.


시간이 이렇게 흐른 줄도 모르게.. 

첫 직장은 무조건 3년 다녀야 한다는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꼬박 3년을 채웠고,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면서 1년을 이직해서 일했고,

다시 같은 업계로 친한 언니 부름에 8년을 꼬박 한 회사를 다녔고,

그곳에서 여러 가지 업적과 승진을 하면서 일에 빠져지냈다.

그리고 이 회사에서 4년 차 나름 인정받고 칭찬받아가며 열심히 일하고 있다.


일만 하는 나를 안쓰럽게 생각하는 가족과 친구, 지인들

하지만,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20대 초반 학생회 부회장까지 해가며 많은 활동과 학회생활을 하면서 즐거운 대학생활을 했고,

20대 중반 동호회와 국내/해외여행을 하면서 남부럽지 않은 많은 경험과 인맥을 쌓으며 즐거운 생활을 했고,

30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열심히 일해서 자리도 잡고, 경제적인 여유도 얻고, 많은 사람들을 책임지는 자리에까지 올라갔다. 책임이 많아진다는 건 부담이기는 하지만 나를 믿고 따르는 사람이 많은 것에 대해서 이런 경험을 하는 내 또래가 많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내심 뿌듯해지기도 한다.


가끔은 남들보다 많은 업무량과 업무시간에 안쓰럽게 날 보기도 하지만

책임의 무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냥 얻어지는 건 없고, 스스로 노력하는 사람만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끔은 내가 노력하는 것만큼 보상이 따르지 않는 것 같고, 힘들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다 내 것으로 돌아온다라는 믿음이 10년 차 관리자를 하면서 15년 차 일을 하면서 느낀 경험이다.


모든 경험은 헛된 게 없었고,

모든 일은 다 이유가 있었고,

사람은 진심으로 대해야 진심을 알아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는 내가 살아가면서 남들이 할 수 없는 경험을 하고 있고,

내 삶을 주체적으로 잘 헤쳐나가기 위해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넓게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장에 보이는 것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지금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게 답이다.


2024년도에 나는 더 넓고 깊게 생각하는 관리자가 되고 싶다.


20240118 김민경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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