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신갱이 Nov 03. 2022

행복인 줄 몰랐다.

나는 꿋꿋하게 잘 살고 있어요.

지금, 현실에 충실하자 생각했다.

과거에 얽매여 살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애써 외면하고 살았다.


그때 나는 굉장히 행복한 사람이었는데, 나도 잊고 있던 모습을 누군가에게 전해 들으니 웃음이 새어 나왔다.


어렸을 때 나는 굉장히 밝고, 당돌하고, 그때도 지금처럼 오지랖 넓고 사람을 좋아하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아이였구나. 항상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고, 집에 친구들을 데려가 언니에게 혼나기 일쑤였고, 매사 열심히 살더 아이가 너였구나.


지금의 모습과 많이 다르진 않지만, 순수하고 때 묻지 않았던 그때와 이해관계에 얽혀 일을 하고, 서비스 마인드를 가져야 하고, 인간관계가 복잡해지는 걸 거부하고, 물 흐르듯 단조로움을 좋아하는 정적이며 현실 생활을 해가는 보면 나는 현실을 살고 있다.


과거에는 미래가 있었는데, 지금 현실에 살고 있는 나는 미래보단 당장의 행복에 집중을 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어쩌면 오래전부터 내가 지향해오던 생각일지 모른다는 생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다른 미래를 꿈꿔보는 건 어떨까 하는 고민에 빠진다.


행복인 줄 몰랐다.

매일 아침을 챙겨주는 엄마의 딸그락거리는 소리, 아빠의 발자국 소리, 내가 올 때 반겨주던 초롱이의 짖는 소리, 위아래층 쟁탈전을 펼치던 이층 침대, 전화기에 랜선 꽂아 PC 통신해서 전화요금 폭탄으로 꾸중 듣는 소리, 둑과 개울이 보이는 멀리 산이 보이는 집 , 공 차고 노는 친구 모습을 보려고 작은 키에 점프 뛰며 밖을 내다보던 아이, 앞집 철없는 여자아이의 해맑은 미소, 체육공원까지 이어진 집 앞 산책로, 여름 웃음소리 가득하던 친구들과의 개울가 물놀이, 버드나무 평상에 누워 바람과 잎사귀가 사부작 부딪히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자던 그날의 기억, 그리고 나의 오랜 동네 친구들. 촌스럽지만 순수했고, 치열했지만 열정적이었던, 감수성 풍부하던 아름다웠던 나의 유년시절


이런 감성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고 잡아주는 버팀목이 되었던 건데, 애써 외면할 이유가 있었을까 싶다.


지금을 살면서, 가끔 떠오르는 추억에 미소 짓고, 그 힘으로 현실을 살아가고, 미래를 만들어가야겠다.

쉽진 않겠지만,



작가의 이전글 비가 오는 가을의 휴일 아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