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꿋꿋하게 잘 살고 있어요.
비가 오는 가을의 휴일 아침.
나물이의 밥과 물을 챙기고, 배편 패드를 치웠다.
환기를 시키고, 어제 분리해둔 빨래를 돌리고, 청소기를 돌렸다.
커피 한잔을 내리고 점심메뉴를 생각해본다.
나물이의 장난감이 하나 둘 거실로 옮겨오고 어느새 화이트와 우드로 깔끔한 거실은 알록달록 장난감으로 채워졌다.
아침 바람이 제법 세다. 비가 올 거 같아 문을 닫고 공기청정기를 돌린다.
제습으로 맞춘 후 집안 온도도 살핀다.
쌀쌀하지만 상쾌한 기분이다.
복도에서 소리가 났는지, 나물이는 현관에 대고 깡깡 두 번 짖어댄다.
조용한 나물이는 현관 밖 소리, 내가 출근하는 소리에 민감하다.
그리고 장난감 소유욕이 강해 장난감을 뺏으면 짖는다.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겠지만, 제법 영리한 거 같기도 하다.
지난 휴일 첫날 교통사고가 나서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집에서 쉬다가 이것저것 정리하고 싶어 노트북을 켜고, 다이어리를 폈다.
나를 빤히 쳐다보는 나물이에게 미소 한번 날려주곤, 글 도쓰고, 다이어리도 정리하고, TV에서는 요즘 나의 최애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틀어놓는다.
나이가 먹을수록 관심사가 달라지는 거 같기도 하고,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거 같기도 하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생각이 많이 달라진다.
비가 오다가 햇볕이 따사롭다.
변덕스러운 날씨가 요즘 나 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