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속까지 멋있고 싶다
내가 누군가의 롤모델이 될 수 있을까?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적는다. 요즘 나는 센터장이 된 후 학창 시절에도 겪지 않던 사춘기처럼 센 춘기를 겪고 있다. 매일이 고민이고 걱정이고 하루도 바쁘지 않은 날이 없다. 어느 날은 '그래, 이렇게 하면 더 잘될 거야' 하다가도 '왜 나만 이 고민을 하고 있는 거 같지?' 하는 나날이 이어진다.
말단 직원에서부터 차곡차곡 커리어를 쌓아 올리면서 일이 줄기는커녕 일은 많아졌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정말 일을 만들어서 하는 스타일이다. 자꾸 일거리가 보인다. 조금은 내려놓아야 하는 자리인걸 알면서도 더 넓게 크게 봐야 하는 자리인걸 알면서도 말뿐 그렇지 못하다.
내 직원들만큼은 어디서나 인정받고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그 정도의 능력자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내가 솔선수범하고 자긍심과 자부심을 넣어주기 위해 온갖 지지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공허함이 내 맘을 가득 채웠다. 아마도.. 바라는 마음이 있었나 보다.
누군가에게 '내가 너를 위해 이만큼 노력했으니 고맙다는 소리는 한번 듣지 않을까'하는 바람이었다. 하지만 말로는 '네가 잘해서 잘한 거야' 하면서도 내 맘의 소리는 '그래도 내가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그걸 표현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나 보다.
그렇게 바라던 마음이 서운함이 되고, 섭섭함이 되고, 아쉬움이 되고, 다른 면을 보게 되는 계기가 된다. 나는 누구보다 잘하는 것을 끄집어내서 하나라도 잘하는 사람이 되도록 내 직원을 키우자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내 욕심에 기준이 있었고, 그 기준에 맞추어 잘해주길 바랐다. 그게 내 욕심이었고, 내가 너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남들이 보는 시선에서 젊지만 유능하고, 일 잘하고, 빠르고, 대단하다는 인정을 받고 싶었는데 나 스스로가 만족스럽지 않으니 아무리 인정을 받는다 하더라도 채워지지가 않는다.
그렇게 센 춘기를 겪는 센터장은 다시금 기초부터 다져본다. 그러다가 또 화가 난다. '알아서 잘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아.. 믿었는데 이렇게 하고 있었단 말인가..''누수 누락이 이렇게 많았다니' 내가 손 뗄 수 없는 것들이 늘어날수록 화가 나고 짜증이 난다. 감정을 섞지 말아야 함에도 감정을 표현하게 된다. 그래서 말문을 닫았다.
시간이 조금 필요한 거 같다.
내가 직원들을 인정하는 시간. 직원들이 스스로 깨닫는 순간. 그리고 내려놓아야 하는 시기임을 절실히 느낀다.
당연했다. 가르쳐주기보다 내가 하는 게 빠르고 잘하는 사람이 하자라는 효율성을 더 중시했다. 그들보다 내가 더 돋보일 수밖에 없었던 건 내가 하는 게 더 잘한다라고 생각하는 이기심이 있었다. 소통을 했는데, 반소 통이었다. 들어주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듯했지만 결국 내가 정한 순서 안에서 소통이 이루어지다 보니 각자의 입장을 다 반영하지 못했다. 내려놓지 못했고, 직원을 키우는 센터장이 아닌 능력 있는 사람들을 정해진 틀에 맞추어 일을 하게 훈련을 시킨 거다. 모든 게 다 내 탓이었다.
나는 정말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좋은 말 좋은 행동 좋은 생각이 있는 것처럼 보여줬을 뿐 멋있는 관리자는 결국, 직원을 잘 키워내는 사람인 거 같고, 기다려주고 이해해주고 더 티 나지 않게 뒤에서 서포트하는 게 속까지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돋보이는 게 아니라 우리 중간관리자들이 더 빛나도록. 우리 직원들이 빛나도록. 그게 나의 역할이었다.
누군가 나를 보고 꿈을 꾸게 만들었어야 하는데, 어린 중간관리자의 말이 떠올랐다. '센터장님 생각하면 센터장을 하고싶다라기보다 힘들다 라는 생각이 들어요' '위로 올라갈수록 뭐가 더 좋은 거예요? 더 힘들어 보이는데..'누군가 꿈꾸는 센터장이 되는 게 꿈이 되었다. 속까지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게 꿈이 되었다.
길게 보면 결국 나를 최고로 만들어주는 상사가 나를 키워주는 상사가 나를 성장시키는 상사가 최고라는 걸 알게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