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신갱이 Mar 20. 2022

서른 일곱 , 코로나 살다

겨울 끄트머리에서 봄을 만남

코로나가 장기화가 되면서 재택이 길어졌다.

편안한 부분도 생겼지만,  왠지 모르게 일은 하지만 일하는 기분보다는 숙제를 한다는 기분이 든다.

세상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중 온라인에 대한 비율이 커지면서 온라인 교육사업 종사자인 나는 호재라고 좋아해야 하나, 나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함께 경험한 세대이다 보니, 왠지 모르게 아쉽다.

사람들과 주고받는 눈인사와 말 한마디가 그립고, 회사를 오가며 보던 다양한 풍경들이 그립다.


겨울 끄트머리인가 싶은데 어제는 강원도에 눈이 왔단다.

강릉에 있는 가족들이 사진을 찍어 보내주는데, 같은 나라인데 멀게만 느껴진다.

가족들을 본지도 오래되었다.


서울로 택배박스 두 개 들고 올라와서 지금 이렇게 살아가기까지 정말 바쁘게 바쁘게 살았던 거 같다.

운이 좋게 영업직군으로 일을 하게 되면서, 운에 넘치게 잘했고, 잘해왔고, 지금 여기까지 이루며 살아내는 것도 지나고 보면 나 자신에게 칭찬도장 열개라도 찍어주고 싶다.


그런데, 일하고 먹기만 했는지 요즘에 자주 몸도 아프고 지치고 힘듦이 부쩍 찾아온다.

거기에 코로나로 인해 삶의 활력소인 지인들도 만나지 못하니 너무 우울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조금 이중적이긴 하지만, 이렇게 변화한 삶 속에서 속 편한 마음도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한 달 이어지는 재택이 한 달 더 늘어나면서 오전 시간 눈뜨는 것도 버겁던 나는 청소기를 돌리고 브런치 약속을 잡는다. 긴긴 겨울의 끄트머리에서 봄을 만나니 나가고 싶어졌다. 그리고 봄이라는 계절이 주는 생동, 생명력에 다시 한번 기분이 좋아진다.


집에서도 끼니를 거를 때도 많다. '일 끝나고 먹지 뭐, ' 하는 나의 마음인지 '야식을 맛있는 거 먹자'라는 마음인 건지 잘은 모르겠다.

배달용기가 쌓여가고 분리수거하는 게 가장 번거로운 일이 되어버렸지만 멈출 수 없는 배달의 늪.

그래서 픽업, 포장, 외식이 점점 외면당하다가 요즘에는 오픈 시간에 가면 바로 방역이 된 상태. 여유로운 공간. 사람 없음을 알고 이른 아침 약속을 잡는다.

사람들이 몰리면 왠지 모르게 마스크를 쓰며 경계하게 되는 기분이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


변화가 조금 생기고 있다. 아니 계획되었던 거긴 하나 이렇게 시간이 빨리 다가올 줄 몰랐다.

5-6년은 고민하다가 칠쑥이의 새끼를 분양받아 키우기로 했다.

그 시기에 맞물려 빚을 내더라도 조금은 넓은 집으로 이사하기로 했다.

책임이라는 것이 생겨나는 것에 대해서 열심히 키우고 열심히 벌어 갚으면 된다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5년 전 써놓았던 인생플랜에 40세 즈음 혼자 넓은 곳에서 강아지 한 마리 키우며 살겠다던 계획이 앞당겨졌다.

30대 후반을 접어들면서 나는 생각이 더 단순해지는 거 같다.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단, 의심은 많아졌다.

사실 노력하고 있다. 매 순간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는 것. 삶도. 사랑도. 일도 모든 것이 매 순간순간이 모여 이루어지는 거니까 열심히 살고, 가끔 콧바람 쐬고 쉬어가며 몸과 마음, 머리도 쉬는 시간을 주면서 살아가다 보면 꽤 괜찮은 중년이 되어있지 않을까 싶다.


조금 더 건강도 챙겨가면서 인생도 건강하게  살다 가며 되겠지.

인생을 봄으로 만들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사람 그리고 그리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