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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샤 Sep 16. 2021

게임은 끝나겠지, 내가 아니어도

< 작당모의(作黨謨議) 추석특집:사진 글쓰기>


"일구이무(一球二無)*라고 못 들어 봤냐. 나 다음은 없어. 게임은 끝난다고."     

"네 말이 맞아. 난 끝내 이 손에서 떠나지 못할 수도 있겠지. 넌 홈런볼이 될 수도 있고 삼진이나 포볼을 결정지을 수도 있겠지.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외야수의 손에 들어가거나. 그러나 너 역시 반드시 게임을 결정한다고도 할 수 없어. 관중석으로 들어가는 파울볼이 될 수도 있고 타자가 잘못 맞힌 공이 될 수도 있어. 속단은 하지 말아 줘. 너 다음은 없을 수도 있지만, 나는 너의 뒤를 보면서 나의 시간을 기다릴 거야. 그렇게 내 차례를 준비할 거야."     

"......"

"......"

"그래, 나의 마지막이 어떻게 될지 꼭 지켜봐 줘. 나는 커브로 가게 될 것 같아. 느리지만 마지막에 휘어져. 진짜 나의 모습을 보여줄 거야. 타자와 심판과 관객, 모두가 나의 경로에 집중하겠지. 나는 이 게임을 끝내기 위해 떠날 거지만, 네 말대로 시시한 파울볼이 될 수도 있어. 그럼 너는, 직구로 날아와 줘. 그래서 포수에게 멋지게 파고들어 내가 하지 못한 걸 이뤄 줘." 

"야구도 인생도 한 번뿐인 것 같아도, 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우리가 보여 주자. 다들 너를 기다리고 있어. 나도 지켜볼게!"




* 일구이무(一球二無): '공 하나에 다음은 없다'라는 의미로, 현 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 고문, 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김성근 감독의 좌우명으로 유명해진 말.






매거진 <작당모의>가 추석을 맞아 특별히 준비해 보았습니다. 공통의 사진을 주제로 6백 자 글쓰기에 도전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구독자 여러분, 뜻깊은 한가위 맞으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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