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당모의(作黨謀議) 22차 문제: 지하철에서 >, 그리고
안개와 비를 받아들이는 시후와 나뿐이었다. 어느새 주위는 고요해졌다. 중국이 자랑하는 시인 이백(李白)이 달을 건지려 손을 넣었다면 이 호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백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호수는 아름다움을 강조하기 위해 침묵을 선택했고 비는 호수를 덮었으며 태산처럼 무겁고 자욱한 안개만이 존재했다. 그 와중에 어렴풋이 정자가 보였다. 안개는 짙었으나, 누각은 팔을 올려 안개를 걷어내는 듯했다. 어느덧 호수와 안개는 회색의 하나가 되었다. 수면이나 수평선 같은 것은 처음부터 없는 공간이었다. 그곳에 오로지 나만 떠 있었다. 중력마저 사라졌다. 그러한 때 그러한 곳에서 시(詩)가 잉태되는 현상을 나는 영혼의 깊은 곳에서 바라보았다.
정자에 도착하니 다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날이 좋을 때 오면 더 아름다운 곳이다'라는 가이드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흔들었다. 날이 좋을 때 왔으면 오늘과 같은, 장소가 문학을 낳는 경험은 절대 하지 못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