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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사 Jan 08. 2023

북유럽의 중심 도시 코펜하겐

덴마크 워홀러의 첫 코펜하겐 나들이


S-tog B라인 열차 내부


덴마크의 수도이자 북유럽의 중심 교통지인 코펜하겐은 내가 사는 알버트슬런드(Albert Slund)로부터 열차 이용 시 약 26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S-tog B 라인을 타고 가면 한 번에 코펜하겐 중앙역(Copenhagen Central Station)까지 갈 수 있는데, 이곳에서부터 도시 중심지인 뇌어포트(Nørreport)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로, 버스나 지하철을 탈 경우 두 세 정거장을 지나면 된다.


Copenhagen Central Station 역사 승강장 내부
새빨간 색의 S-tog 열차 외관


앞으로 일 년이란 시간을 함께 보낼 나라. 덴마크의 수도를 구경하기 위해 집 근처 역에서 빨간 S-tog를 타고 코펜하겐으로 향했다. 열차 유리창 너머 보이는 풍경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채로워졌고 나는 코펜하겐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30분도 안 되어 도착한 코펜하겐 중앙역은 벽돌 빛 철골과 타일, 내부에 높디높은 천장으로 인해 더욱 고풍스럽고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또한 천장 유리로 스며드는 햇살과 역사에 달려있는 샹들리에는 어느 판타지 영화에 나올법한 풍경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코펜하겐 중앙역 내부에는 맥도날드와 여러 잡화점, 약국, 유료 화장실 및 경찰서가 있는데, 경찰서에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낮이나 밤에나 특히 도난 신고 접수로 항상 인산인해였다. 나 또한 덴마크 체류 중 두번이나 도난 신고를 위해 코펜하겐 중앙역의 경찰서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악명 높은 코펜하겐의 크고 작은 절도범 얘기는 다음에 자세히 다뤄보려 한다)



내게 최고의 여행 메이트인 우리 엄마는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걸어서 여행하는 것이 그 도시를 제일 잘 느낄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였다. 느리게 천천히 가다 보니 더욱 보고 느낄 수 있는 게 많다는 말씀이다.


나는 코펜하겐 중앙역에서부터 코펜하겐 시청사까지 걷기 시작했다. 걸어서는 대략 20분이 걸리는 길지 않은 시간으로 도시의 공공시설과 건축물, 다양한 상점들과 음식점, 사람들까지 구경할 수 있는 좋은 선택이었다. 마침 날씨도 한몫하기도 했고.


티볼리 공원(Tivoli Garden)


위에 보이는 곳은 코펜하겐 중앙역 우측에 위치해 있는 현대식 놀이동산 티볼리 공원이다. 이곳은 갖가지 놀이기구와 문화시설, 야외 음악당과 나라별 컨셉으로 꾸며진 테마파크 및 음식점들이 갖추어져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롤러코스터가 있는 1843년에 개관한 역사가 깊은 놀이동산이다. 덴마크에 지내는 동안 여름과 겨울 세 번에 걸쳐 티볼리에 방문했었는데, 놀이기구 자체보다는 너무도 잘 꾸며놓은 테마파크의 아름다움 때문에 여러 차례 코펜하겐을 방문한 가족과 친구들을 데리고 갔었다.(티볼리 공원 방문은 다음 편에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다)  



티볼리 공원을 오른쪽으로 끼고 쭉 걷다 보면 여러 상점과 음식점들이 즐비하고, 큰길을 한번 건너면 붉은 벽돌로 지어진 중세풍 건물의 코펜하겐 시청사가 나온다. 시내의 랜드마크인 시청사 앞에는 크진 않지만,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광장이 마련되어 있고, 시청사에서 205개의 계단을 올라가면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시계탑이 있다. 특히 이 시계탑은 105.6m로 시내에서 가장 높으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코펜하겐의 모든 건물은 경관 보존을 위해 시청사 탑보다 높게 지어질 수 없다고 한다. 도시가 나서서 공공의 경관을 지키고 이를 실천하고 실행한다니...  참으로 부러운 모습이다.


코펜하겐 시청사의 측면


시청사는 덴마크에 살며 정말 수도 없이 지나다녔던 곳인데 정작 내부 방문은 코펜하겐을 떠나기 몇 주 전에야 다녀왔다. 밖에서 보는 것보다 내부는 더욱 넓고 깊으며 평일 이른 시간에 가면 실제 행정 처리를 하기 위해 방문한 시민과 직원들의 모습도 감상할 수 있어 신선한 경험이 될 것이다. 혹시 덴마크 여행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다녀와 보라고 말하고 싶다. 시청 앞 광장은 여느 나라와 같이 시위를 하는 사람들에게 모이기 좋은 장소이고 간혹 공공미술 작품을 비상설로 전시하거나, DJ 파티 또는 게이 퍼레이드 등의 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코펜하겐 시청사의 전면


기후 재난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광장에 설치되었던 구조물


시청사를 지나 상점이 가득한 길로 들어서면 코펜하겐의 유명 번화가인 스트뢰에(Stroeget) 거리가 나온다. 많은 레스토랑과 다양한 쇼핑을 즐길  있는 상점, 분위기 좋은 노천카페와  등이 있어 현지인과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곳이며,  또한 지내는 동안 종종 이곳에 나와 쇼핑을 즐기거나 커피를 한잔하기도 하였고, 친구들과의 약속을 스트뢰에나 근처 공원에서 잡는  덴마크에서는 제일 많이 방문한 곳이 아니었나 싶다.


간판이 너무 재치있다.
니콜라이 교회 앞 코펜하겐의 창시자인 압살론 대주교의 기마상
카페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

스트뢰에는 코펜하겐 시청사 광장에서 뉘하운(Nyhavn) 근처에 콩겐스니 광장(Kongens Nytorv)까지 약 1.2㎞ 거리로 이루어져 있다. 주위로는 크고 작은 광장과, 아름다운 분수, 공원과 박물관 등이 즐비해 문화생활과 여기를 즐기기에도 더없이 좋은 중심지이다. 많은 사람이 오가기에 날씨가 좋은 어떤 날에는 거리 벤치에 앉아 사람 구경을 하는 것도 하나의 여가시간이 되기도 했다.


Rundetaarn(라운드 타워), 이미지 출처: wikipedia


코펜하겐에는 현대적으로 아름다운 건축물과 과거의 역사가 깃든 고풍스러운 건축물을 함께 볼 수 있어 참으로 눈이 즐거운 도시인데, 스트뢰에 거리를 걷다 보면 1642년에 지어진 독특한 모양의 건축물인 '룬데토른'(라운드 타워)을 만날 수 있다. 아파트 15층 높이의 원탑 모양인 라운드 타워는 본래 천문대 목적으로 만들어졌는데 현재는 시내 전망을 볼 수 있는 타워로 운영되고 있다. 빙글빙글 나선형으로 만들어진 평평한 계단을 오르다 보면 중간중간 보이는 창문으로 시내를 내려다보는 재미도 있으며, 500년이 다 되어가는 건축물의 보존성에 놀라기도 한다.


라운드 타워 올라가는 길
라운드 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코펜하겐 시내 모습


라운드 타워 내부엔 박물관이 있어 전시를 진행 중일 땐 기획에 따른 신기한 작품을 감상할 수도 있다. 생각지 않았던 라운드 타워 방문으로 코펜하겐 시내 전체를 조망할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괜스레 스물 두살 시절 파리에 처음 혼자 여행 갔을 때가 생각났다. 아무도 모르는 타지에서 나 홀로 발걸음이 닿는 데로 걸었던 이런저런 기억들. 아직은 겁나기도 하지만 괜시리 설레고 벅차는 감정들도 함께.



타워를 내려와 또 길을 걷고 걸었다. 이왕 나온 김에 뉘하운까지 걸어가보고 싶어 구글맵에 Nyhavn 운하 보트 선착장을 찍고 발걸음을 뗐다. 위쪽 사진에 보이는 길은 명품 거리로 길을 건너면 다양한 명품 브랜드 상점들의 화려한 쇼윈도를 구경할 수 있다. 이 길을 따라 쭉 가면 골목길 오른쪽으로 코펜하겐에서 가장 오래된 백화점인 마가신(Magasin) 백화점과 그 옆으로 콩겐스 뉘토르브 광장(King's New Square)이 위치하고 있다.


마가신 백화점(Magasin Du Nord), 이미지 출처: wikipedia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마가신 백화점과 광장을 방문하고 싶다면 콩겐스 뉘토르브(Kongens Nytorv) 지하철역에 내리면 된다. 지하와 지상 6층으로 구성된 마가신 백화점은 1870년에 지금의 자리에 매장을 오픈하였다고 한다. 특히 지하의 여러 식품 매장과 디저트, 초콜릿, 차 매장은 코펜하겐 시민들을 비롯한 관광객들에게도 매우 인기가 높다.

  콩겐스 뉘토르브 광장(King's New Square), 이미지 출처: wikipedia
광장 앞에서 열린 빈티지 플리마켓


콩겐스 뉘토르브 광장 앞에서는 가끔 플리마켓이 열리기도 하고, 겨울 시즌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 구경할 것이 많다. 광장 앞에서부터 조금 걸어가면 드디어 오늘 나들이의 종착지인 뉘하운 운하에 도착한다.



뉘하운 운하는 매스컴에서 덴마크의 상징으로 소개하는 명소라 더욱 기대가 되는 곳이었다. 다채로운 색으로 꾸며진 외관의 상점들, 아기자기한 노천카페와 한가로이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크고 작은 보트들이 정박한 작은 항구.


뉘하운은 1637년에 개설된 항구로 덴마크의 크리스티안 5세 국왕이 건설 계획을 수립했다고 한다. 1658년부터 1660년 사이 일어난 전쟁에서 생포된 스웨덴 출신의 전쟁 포로들에 의해 건설되었고, 바다와 광장을 연결하며 수많은 화물선과 어선들이 기항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항구 노동자들을 상대로 선술집과 작은 규모의 집이 들어섰고, 한때는 매춘으로 악명이 높았다고도 한다. 실제 동화 인어공주의 작가로 유명한 안데르센이 집세를 내지 못해 방황할 때 살았던 곳이기도 하며 그가 최후의 4년을 보낸 곳도 이곳 뉘하운 운하라고.



날씨가 좋아 그런지 항구 주변의 노천카페에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거리와 운하 주변에도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앉아 햇살을 즐기고 있는 듯 보였다. 혼자이지만 북적대는 분위기 탓인지 전혀 외롭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들과 어우러진 소음으로 기분이 좋기까지 했다.


뉘하운 항구의 이름은 '새로운 항구'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한국을 떠나온 내게 뉘하운은 지내는 동안 정말 많은 위로와 정을 건네주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았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덴마크를 방문한 가족과 또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때, 현지 친구들과 이런저런 고민거리를 이야기할 때도 말이다.

 


앞으로의 시간과 생겨날 기억들이 뉘하운 운하의 파란 하늘처럼, 아름다운 건축물과 다채로운 사람들처럼 아름답기를 바라며...  나들이 기록을 마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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