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기 전에

한여름밤에 날아든 새들이 알려준 이야기

by 조민우

깊은 숲길을 걷고 있었다.


햇살은 나뭇잎 사이로 흘러내리며 금빛 파편이 되어 흩어졌고,

공기는 유난히 맑고 차분했다. 오래된 성 하나가 숲 너머에 잠들어 있는 듯 보였다.

완전히 드러나진 않았지만, 고풍스럽고 신비로운 기운이 어슴푸레 풍겨왔다.

그곳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현실과 꿈의 경계가 희미하게 녹아 있는 장소였다.



그때, 다섯 마리의 새가 하늘을 가르며 날아들었다.


특별한 예고도 없었고, 그저 자연스레 내 앞에 찾아왔다.

나는 무심코 두 팔을 벌렸고, 놀랍게도 새들은 망설임 없이 내 팔 위에 내려앉았다.

깃털이 스치는 순간, 숨결처럼 가벼운 무게가 전해졌다.

그 무게는 단순한 생물의 무게가 아니었다. 경이로움이 실체를 가지고 내 몸 위에 머문 듯한 감각이었다.

마치 세상이 나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 눈앞에 펼쳐진 듯했다.



순간의 아름다움은 너무도 완벽했다.


다섯 마리 새의 색채는 인간의 언어로 다 담아낼 수 없을 만큼 신비로웠고,

그들의 존재는 나를 둘러싼 숲과 공기까지 바꿔놓았다.

그 찰나의 시간 동안, 나는 그저 숨조차 삼가며 이 경이를 온전히 느끼고자 했다.


.

.

.


그러나 바로 그 가벼움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 순간은 영원히 머물 수 없으리라는 것을.


그 깨달음은 두려움이었다.

단 한 번의 떨림도,

미세한 움직임도

이 찰나를 흩어지게 만들 것 같았다.



행복은 그렇게 연약했다.

붙잡으려는 손아귀에선 흘러나가고, 더 움켜쥐려 할수록 멀어져 가는,

가벼움 속의 아름다움이었다.


인지해갔다.

이 순간은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그 깨달음이 주는 두려움 때문에 나는 한 치도 움직일 수 없었다.

잠시 후 행복과 두려움이 같은 무게로 내 안에 교차하며,

지금의 순간이 그 어느 것보다 소중하게 다가왔다.




이내 꿈에서 깨어났다.



큰 동요는 없었다.

다만 잔잔하게,

내가 가진 것들이 얼마나 덧없고 동시에 소중한지 느끼게 되었다.


잠시 스쳐간 꿈이었으나,

내 삶의 기울기가 그 순간부터 조금 다른 방향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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