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와 조각] 6편 영원한 굴레

끝 그리고 시작

by 조민우


시간이 흘렀다.


이승우는 더 이상 신입이 아니었다.

그는 이제 팀 내에서 후배들을 이끄는 선배가 되어 있었다.

그의 책상에는 복잡한 규정집 대신, 신속한 업무 처리를 위한 간결한 메모들이 가득했다.

그는 더 이상 밤을 새워가며 서류를 검토하지 않았다.

'관행'이라는 이름의 길은 이제 그에게 가장 익숙하고 편안한 길이 되어 있었다.

그의 표정에서는 과거의 갈증과 혼란 대신, 노련함과 체념이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 온 신입 직원이 수많은 서류와 함께 그를 찾아왔다.

신입은 밤샘 야근이라도 한 듯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눈빛만은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그는 이승우에게 서류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설명하며,

어떻게 하면 법과 원칙에 맞게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지 물었다.

과거의 자신을 보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승우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그 망설임을 지웠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후배에게 차분하게 말했다.


"그거? 그렇게 하면 사업이 멈춰.

괜히 꼼꼼하게 따지면 모두가 힘들어지니까, 내가 말해주는 대로 해."


그는 자신이 김동현에게 들었던 바로 그 논리를 후배에게 전했다.

배움에 대한 열정, 원칙에 대한 고집, 그리고 소신.

이 모든 것이 결국 비효율과 고통을 초래할 뿐이라는 것을

그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이승우는 후배의 어깨를 두드리며 덧붙였다.


"담당자한테 이렇게 물어봐. '계약.... 어떻게 하죠?'"


후배는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그의 지시에 따라 서류를 챙겨 자리로 돌아갔다.


이승우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제 굴레의 피해자가 아니라, 굴레를 스스로 만드는 자가 되어 있었다.

그가 거부했던 '챗바퀴'는 이제 그의 손에 의해 새로운 세대로 옮겨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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