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와 조각] 5편
배움의 허무함

톱니바퀴의 탄생

by 조민우

이승우의 전화 한 통 이후, 모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며칠 밤낮으로 그를 괴롭혔던 서류의 법적 하자는 더 이상 문제시되지 않았다.


김동현 과장은 그를 불러 '일을 아주 잘 처리했다'며 칭찬했다.

부서 내의 다른 선배들도 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이승우가 원칙을 지키며 비효율을 초래하는 대신,

조직의 흐름에 순응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평가했다.

며칠 후,

인사이동 발령이 떨어졌다.


김동현의 이름 옆에는 **'과장 승진'**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김동현은 더 이상 팀원들의 틈바구니에 있지 않았다.

그는 넓은 창문이 있는 별도의 개인 사무실을 얻었다.

그의 손에는 서류 대신 골프채가 들려있는 날이 많아졌다.

야근으로 쌓였던 피로는 사라졌고, 그의 얼굴에는 체념이 낳은 노련함이 자리 잡았다.

이승우는 김동현의 승진을 보며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자신이 모든 것을 포기하며 얻어낸 결과는 고작 '일 잘하는 직원'이라는 칭찬이었지만,

김동현은 그 대가로 '성공의 증명'인 승진을 얻었다.


이승우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덧 그들의 리그에 속하게 되었음을 깨달았다.

그는 더 이상 주체적인 고민을 하는 공무원이 아니었다.


그는 그저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부품,

시스템이라는 거대한 기계의 한낱 톱니바퀴가 되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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