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한 목소리
이승우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을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이 고통스러운 갈등을 끝내고 모두가 걷는 쉬운 길을 택할 것인가.
책상 위에 놓인 서류는 무겁게 그를 짓눌렀다.
그는 선배들의 따가운 시선,
사업을 기다리는 외부의 압박,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소신이 꺾이는 고통을 견디기 어려웠다.
결국, 그는 굴복하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이승우는 심호흡을 하고 수화기를 들었다.
상대방은 계약 부서의 담당자. 이승우는 김동현이 가르쳐준 대로만 말했다.
구체적인 규정이나 법적 근거는 언급하지 않고,
그저 상대방이 원하는 결론을 유도하는 모호하고 뭉툭한 말들이 오갔다.
그의 목소리는 자신의 의지 없이 뱉어지는 말들로 인해 힘이 없었다.
수화기 너머에서 돌아오는 대답은 간결했다.
그는 묵묵히 상대방의 지시를 들었다.
그 과정은 마치 짜여진 각본처럼 매끄럽게 흘러갔다.
자신이 그렇게 비난했던, 그렇게 답답해했던 방식이
바로 이 순간 그의 손을 통해 재현되고 있었다.
수화기를 내려놓는 순간,
이승우는 자신이 걷고 싶었던 배움의 길이 점점 멀어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자신의 열정이 꺾이는 것을 느끼자, 더 이상 아무것도 의미가 없게 느껴졌다.
이 모든 갈등과 고통은 결국 이 한마디를 내뱉기 위한 과정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