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는 ‘기본’이고,
진짜 ‘제한’은 따로 있다

#공공계약의 시선

by 조민우

"주무관님, 면허 걸었으니까 제한경쟁 맞죠?"


"아니요, 그건 일반경쟁입니다."


이 대화는 계약 담당자가 1년에 수십 번도 더 겪는 데자뷔다.

많은 실무자가 ‘참가 자격’과 ‘경쟁 제한’을 혼동한다. 개별법령에 따른 면허(토목공사업 등)는 그 업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신분증’일 뿐, 업체를 골라내기 위한 ‘거름망’이 아니다.


그렇다면 지방계약법이 인정하는 ‘진짜 제한경쟁’은 무엇일까?

법은 담당자에게 아무나 들어오지 못하게 막을 수 있는 5가지의 강력한 바리케이드를 허용한다.

단, 이 무기들은 사용법이 까다롭다.


1. 제한경쟁의 5가지 얼굴

단순히 "우리 마음에 드는 업체"를 뽑는 게 아니다.

법령이 정한 명확한 기준에 해당할 때만 문을 좁힐 수 있다.


① 시공실적·능력 제한규모가 큰 공사라 아무나 덤비면 사고가 날 것 같을 때 쓴다.

기준:종합공사 추정가격 30억 원 이상, 전문·기타공사 3억 원 이상일 때 가능하다.

방법:"최근 10년 이내 교량 공사 실적이 있는 업체"만 들어오라고 막는다.

이때 요구하는 실적 규모는 추정가격의 1배 이내여야 한다. (너무 과하게 요구하면 갑질이다.)


② 특수 기술·공법 제한

특허 공법이나 신기술이 필요한 특수 공사, 혹은 특수한 설비가 필요한 물품 제조에 쓴다.

일반적인 업체는 할 수 없는 영역일 때 유효하다.


③ 지역 제한

가장 흔하고 강력한 제한이다.

법인등기부상 본점 소재지가 우리 관내(ㅇㅇ도, ㅇㅇ시 등)인 업체만 들어오게 한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필수 장치다.


④ 중소기업·소상공인 제한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를 막기 위해 중소기업자, 소상공인, 벤처기업 등만 참여하도록 제한한다.


2. 제한의 절대 원칙: "욕심부리지 마라" (중복제한 금지)

이 강력한 제한들을 담당자 마음대로 섞어 쓸 수 있을까?


"우리 지역에 살면서(지역제한), 실적도 있고(실적제한), 기술도 있는(기술제한) 업체만 오세요."


결론부터 말하면 안 된다.


원칙적으로 중복 제한은 금지된다.


지역을 제한했으면 실적은 풀어줘야 하고, 실적을 제한했으면 전국의 모든 고수에게 문을 열어줘야(지역 오픈) 한다. 입맛에 딱 맞는 업체를 찍으려고 조건을 겹겹이 쌓는 순간, 그것은 ‘제한경쟁’이 아니라 특정 업체를 위한 ‘특혜’가 되기 때문이다.(물론, 법령이 허용하는 일부 예외는 존재하지만, 기본 원칙은 ‘한 번에 하나만’이다.)


3. 실적, 문지기인가 심판관인가?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강조한다.

‘실적’을 입찰 공고문(입구)에 걸어서 투찰 자체를 막으면 ‘제한경쟁(실적제한)’이다.

반면, 아무나 투찰하게 하고 나중에 적격심사(성적표)에서 실적 점수를 매겨 거르는 것은 ‘일반경쟁’이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면허는 운전면허증이다.

있으면 누구나 도로(입찰)에 나올 수 있다.제한은 VIP 초대장이다.

실적, 지역, 기술 등 5가지 중 하나라도 가진 자만 입장시킨다.

당신은 지금 누구에게나 문을 열어줄 것인가(일반),

아니면 특별한 자격을 갖춘 소수와 만날 것인가(제한)? 그 선택에 따라 현장의 품질이 달라진다.


단, 욕심내서 조건을 두 개씩 걸지는 마라. 감사관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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