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하한율의 침묵

우리는 '안전의 최저가'를 어떻게 결정하는가

by 조민우

공공계약 담당자의 모니터에는 매일 소수점의 전쟁이 펼쳐진다.

87.745% 혹은 80.495%. 누군가에겐 그저 통계 숫자에 불과하겠지만,

담당자에겐 이 숫자가 곧 법이고 기준이다.


소수점 셋째 자리에서 당락이 결정되는 이 정교한 설계 뒤에는

사실 우리 사회가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한 비정한 질문이 숨어 있다.


"우리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 최소한 얼마를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낙찰하한율은 단순히 예산 절감을 방해하는 '턱'이 아니다.

그것은 무한 경쟁이라는 이름의 정글에서

품질과 생존권이 벼랑 끝으로 밀려나지 않게 막아주는 마지막 보루다.


만약 이 기준선이 없다면 현장은 어떻게 될까?

업체는 수주를 위해 출혈 경쟁을 벌일 것이고, 그 부족한 마진은 가장 먼저 현장 노동자의 안전 보호구,

저렴한 자재, 그리고 줄어든 공사 기간으로 메꿔질 것이다.


결국 우리가 아낀 몇 퍼센트의 예산은 훗날 부실시공이나 안전사고라는

부메랑이 되어 수십 배의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온다.


실무자로서 우리는 이 숫자의 '침묵'을 읽어낼 줄 알아야 한다.

하한율 근처에서 투찰한 업체의 내역서를 볼 때, 우리는 의심해야 한다.


이 금액으로 법정 수당을 다 지급할 수 있는지, 안전 관리비를 제대로 집행할 수 있는지 말이다.

낙찰하한율은 예산의 효율성을 따지는 계산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품격과 안전의 하한선을 지키는 '윤리적 저지선'이다.


우리가 이 숫자를 사수하는 이유는 예산 집행의 규정을 지키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 동료와 시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함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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