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의 디테일이 실무자를 살린다
넓고 평온해 보이지만, 정작 우리 배가 암초에 걸렸을 때 구체적인 해결책을 주지는 못한다.
이때 담당자가 꺼내 드는 것이 바로 '특수조건'이다.
현장에서는 이 특수조건을 두고 종종 '갑질'이라 부른다.
표준 계약서에도 없는 까다로운 조항을 들이밀며 업체의 발을 묶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실무의 최전선에서 서 본 이들은 안다.
이 한 줄의 디테일이 때로는 사고의 순간 담당자를 지켜주는
가장 단단한 '안전벨트'가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특수조건은 단순한 규제가 아니다.
그것은 사업의 성격을 가장 정확하게 이해한 담당자가 설계한 '맞춤형 방어기제'다.
예를 들어, 축제 대행 용역에서 '우천 시 대안 프로그램의 구체적 실행 방안'을 특수조건에 넣느냐 마느냐는 단순한 서류 작업의 차이가 아니다.
실제 비가 쏟아졌을 때, 예산 낭비를 막고 시민의 안전을 확보하며,
업체와의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는 결정적인 열쇠가 된다.
과업지시서(Task Order)가 사업의 '지도'라면,
특수조건은 그 길목마다 도사리고 있는 위험을 경고하는 '표지판'인 셈이다.
결국, 특수조건의 완성도는 담당자의 내공에 비례한다.
사업의 흐름을 머릿속으로 수만 번 시뮬레이션해 본 사람만이 업체가 놓치기 쉬운 허점과 현장의 변수를 잡아낼 수 있다. 물론, 명분이 없는 무리한 요구는 지양해야 한다.
그러나 정당한 근거를 가진 촘촘한 특수조건은 업체를 괴롭히는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계약 이행의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업체와 기관 모두를 보호하는 상생의 장치가 된다.
"계약은 디테일에 있고, 그 디테일이 실무자의 목숨을 구한다"는 격언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