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와 용역의 경계에서

: 융합 행정 시대, 우리의 '칸막이'는 안녕한가?

by 조민우

공공계약의 용역 분류표를 보면 '기술용역'과 '일반용역'의 경계가 뚜렷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 현장은 그렇게 친절하지 않다.


최근의 공공사업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뒤섞인 복합적인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스마트 시티 구축 사업을 공사로 볼 것인가, 정보통신용역으로 볼 것인가? 노후된 시설을 보수하면서 관리 운영까지 맡기는 계약은 건설기술인가, 시설관리인가? 이 모호한 경계에서 담당자는 매 순간 '칸막이 행정'의 시험대에 오른다.


전통적인 분류 체계는 명확한 '뿌리'를 제공했지만,

때로는 혁신적인 사업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공사법의 문법으로 용역을 해석하려 하거나,

용역의 잣대로 공사를 재단하려 할 때 행정의 비효율은 극대화된다.


"우리 부서 소관이 아니다"라거나 "분류상 맞지 않는다"는 핑계로 사업의 본질을 외면하는 순간,

계약은 껍데기만 남게 된다.

융합 행정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경직된 칸막이를 넘나들며 사업의 가장 적합한

'법적 옷'을 입혀주는 유연한 설계 능력이다.


이제 계약 담당자는 단순한 '분류의 집행자'를 넘어 '체계의 기획자'가 되어야 한다.

서로 다른 법령이 충돌할 때 어떤 법을 우선 적용할지,

두 가지 성격이 섞인 사업에서 주된 목적이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우리가 분류표를 공부하는 이유는 그 틀 안에 갇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틀을 정확히 알아야만 비로소 틀을 깨고 새로운 형태의 계약을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칸막이를 허무는 통찰이야말로 복잡해진 공공 수요에 응답하는 베테랑의 진정한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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