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격심사 만점의 역설

서류상 완벽한 업체가 현장에서 무너지는 이유

by 조민우

적격심사는 공공계약의 가장 대중적인 선발 방식이다.


경영상태, 수행 실적, 신인도 등을 점수화하여

일정 기준을 넘긴 업체 중 최저가 투찰자를 낙찰자로 선정한다.


객관적이고 공정해 보이는 이 시스템에는 치명적인 역설이 숨어 있다.

바로 '서류상의 완벽함'이 '현장의 유능함'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점수표 위에서는 화려한 실적을 자랑하는 업체가 막상 현장에 투입되었을 때,

인력 배치도 제대로 못 하고 공정 관리에서 허덕이는 모습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목격한다.


이러한 괴리는 왜 발생하는가?

적격심사는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업체가 과거에 냈던 실적 증명서와 재무제표는

그들의 '생존 기록'일 뿐, 현재의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특히 페이퍼 컴퍼니들이 난무하는 시장에서,

서류를 꾸며 만점을 받는 기술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 된 지 오래다.


담당자는 시스템이 뱉어낸 '점수'라는 숫자에 안주하는 순간,

부실 이행이라는 거대한 폭탄을 떠안게 될 위험에 노출된다.


결국 시스템의 한계를 메우는 것은 담당자의 '선구안'이다.

숫자가 말해주지 않는 행간을 읽어야 한다.


업체의 유사 사업 수행 경험이 단편적인지 지속적인지,

현장 대리인의 경력이 실제 우리 사업과 매칭되는지,

입찰 과정에서의 태도가 어떠한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적격심사 만점은 계약의 시작일 뿐, 완성이 아니다.


서류 뒤에 숨은 실체를 꿰뚫어 보고,

부적격한 업체가 시스템의 그물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촘촘한 그물코(과업지시서 및 참가 자격 제한)를 짜는 것,


그것이 만점의 역설을 극복하는 실무자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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