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담당자의 육감(Six Sense)

법령이 말해주지 않는 '위험한 업체' 판별법

by 조민우

10년 차쯤 되면,

입찰 공고문이 올라가고 업체들이 문의 전화를 걸어오는 시점부터 묘한 기운이 감지될 때가 있다.


서류상으로는 아무런 결격 사유가 없고 적격심사 점수도 만점에 가까운데,

왠지 모르게 이 업체와 계약하면 '고생길이 훤하다'는 직감이 드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를 '육감'이라 부르지만,

사실 이것은 수천 건의 계약과 수백 건의 현장을 거치며 뇌에 새겨진 정교한

데이터 사이언스(Data Science)다.


베테랑의 육감이 경고등을 켜는 순간은 구체적이다.

과업지시서의 디테일한 기술적 질문보다는

"대금 지급 시기"나 "선금 수령 절차"에만 집요하게 매달리는 업체,

현장 설명회에서 사업의 본질보다 "과업 범위의 축소 가능성"을 먼저 타진하는 업체는 위험하다.


또한, 입찰 전 질의서의 문체가 지나치게 공격적이거나,

계약 체결 전부터 법적 근거를 들이대며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는 업체 역시 요주의 대상이다.


이런 '레드 플래그(Red Flags)'는 대개 실제 사업 수행 단계에서 공정 지연이나 설계 변경 요구,

더 나아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곤 한다.


문제는 이 '육감'을 어떻게 행정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느냐다.

단순히 "느낌이 안 좋다"는 이유로 계약을 거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베테랑의 진가가 드러난다.

위험 징후를 감지한 담당자는 그 직감을 근거로 과업지시서를 더욱 촘촘하게 보완하고,

착수 보고회에서 업체가 놓치고 있는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압박하며,

이행 과정에서 더욱 엄격한 검수 잣대를 적용한다.


육감은 단순히 피하는 도구가 아니라,

발생할지 모를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Pre-emptive Management)하게 만드는 최고의 방어 기제다.


법령은 최소한의 기준을 말해주지만,

성공적인 계약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 담당자의 예리한 촉이다.

작가의 이전글부정당업자 제재의 그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