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이 잡지 못하는 유령,
조세포탈

#공공계약의 시선

by 조민우

그들은 왜 '빨간 딱지' 없이 입찰에 들어올까?


"팀장님, 이번 1순위 업체 말인데요.

혹시 세금 포탈해서 유죄 판결받은 적 있는지 제가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신규 주무관의 날카로운 질문에 팀장님은 잠시 머뭇거립니다.

"나라장터 시스템에 '부정당업자'라고 빨갛게 안 뜨면 일단 없는 거지 뭐."

"아니, 그래도 법에는 조세포탈한 자는 입찰 제한하라고 되어 있잖아요.

제가 국세청이나 법원에 일일이 조회 공문을 보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계약 담당자라면 한 번쯤 겪는 이 찝찝함.

분명 법은 엄격하게 제한하라고 하는데,

정작 내 모니터 앞에는 아무런 경고등이 켜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도대체 조세포탈범 확인은 누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시스템의 사각지대

우리는 나라장터를 맹신합니다.

부정당업자 제재를 받은 업체라면 투찰 버튼을 누르는 순간 시스템이 알아서

"당신은 입찰 못 해!" 하고 막아줄 거라 믿습니다.

하지만 '조세포탈범'은 조금 다릅니다.

지방계약법은 조세포탈로 유죄가 확정된 지 2년이 지나지 않은 자를 제한하라고 명시하지만,

이 정보가 실시간으로 나라장터와 연동되어 자동으로 차단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개인의 범죄 경력이나 세금 정보는 매우 민감한 정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담당자가 개찰 버튼을 눌렀을 때,

1순위 업체가 깨끗해 보여도 속으로는 '혹시?' 하는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공무원의 방패, '청렴서약서' 그렇다면 담당자는 매번 1순위가 나올 때마다

검찰청이나 국세청에 수사 경력 조회를 요청해야 할까요?


수백 건의 계약을 처리해야 하는 현장에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법은 아주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 뒀습니다.

바로 '각서(서약서)'입니다.


우리가 올리는 입찰 공고문에는 이런 문구가 숨어 있습니다.

"입찰서 제출자는 조세포탈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서약서를 제출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즉, 업체가 마우스로 투찰 버튼을 클릭하는 순간,

"나는 조세포탈범이 아닙니다"라고 법적으로 서명한 것과 같습니다.

담당자에게는 이 서약서 한 장이 일일이 뒷조사를 하지 않아도 되는

강력한 면책 사유이자 방패가 됩니다.


거짓말의 대가는 혹독하다

물론 서약서만 믿었다가 나중에 감사원 감사나 민원으로

"저 업체 조세포탈범인데 왜 계약했어?"라고 지적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때는 어떻게 될까요?

담당자가 징계를 받을까요?


아닙니다.

거짓 서약서를 제출한 업체가 책임을 집니다.

입찰 공고문과 법령은 단호합니다.

"서약 내용이 허위로 판명될 경우 계약을 해제·해지하고 부정당업자 제재를 받는다."

즉, 시스템이 거르지 못해 계약까지 했더라도,

나중에 거짓말이 들통나면 그 계약은 즉시 파기되고 업체는 입찰 시장에서 퇴출당합니다.

그러니 담당자님, 시스템 조회가 안 된다고 너무 불안해하지 마세요.

업체가 제출한(클릭한) 서약서가 당신을 지켜주고 있습니다.



[이것만 기억하세요]

자동 차단의 한계

조세포탈 이력은 나라장터에서 실시간으로 100% 걸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시스템에 안 뜬다고 무조건 깨끗한 건 아닙니다.


서약서의 효력

전자입찰 투찰 행위 자체가 '나는 조세포탈범이 아니다'라는 서약서 제출입니다.

담당자는 이 간주 규정을 근거로 업무를 처리하면 됩니다.


사후 처벌

만약 거짓으로 들어온 게 밝혀지면, 계약 해지는 물론이고 부정당업자 제재라는 강력한 처벌이 뒤따릅니다.

책임은 거짓말한 업체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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