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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식하는 노무사 Jul 27. 2023

노사협상을 하면서 느낀점

규모가 있고 노조가 있는 회사는 매년 임금협상과 매2년마다 단체교섭을 합니다. 이때 교섭위원 또는 외부위원으로 전문성을 갖춘 노무사나 변호사들이 참가하기도 합니다.


노사협상에 매년 참가하면서 느낀점에 대해 남겨봅니다.


1. 숫자로 접근하는 경우가 드물다.


임금협상의 결과는 임금의 증가고 기업입장에서는 비용증가를 가져옵니다. 그런데 많은 기업에서 임금협상을 함에 있어 숫자로 접근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뭔가를 요구하는 노동조합은 임금협상의 결과에 따라 임금이 오를 때 어느정도의 비용이 예상되는지를 출력하고, 그것이 기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어느정도인지, 실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원이 몇명인지 등의 정도만 파악해도 사용자와의 협상에서 아는 척을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최소한의 숫자 파악도 하지 않고 교섭석상에 앉아 논의를 하는 모습을 많이 봅니다. 회사에서는 그나마 이러한 숫자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회사는 항상 급여인상에 보수적일 수 밖에 없고, 노조는 이러한 회사가 밉기만 합니다.


2. 노사협상은 생각외로 이성적이지 않다.


우리가 협상을 함에 있어서 이성적인 사고로 서로의 주장과 논리를 펴면서 협상을 할 것 같지만 막상 노사협상을 할 때에는 그러한 상태에서 협상이 이뤄지는 경우가 드문 것 같습니다. 전략적으로 의도하지 않은 신경전이 많고, 감정이 상하게 되며, 감정의 골이 깊어져서 될 협상도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다 큰 어른들이 어린애처럼 삐져서 서로 싸우는 것에 현타가 올 때도 있습니다.


3. 따뜻한 밥한그릇 사주는 것은 의외로 중요하다.


노사협상은 보통 한차례로 끝나지 않습니다. 길게는 20차교섭까지도 하는 등 협상을 위해 매주 1~2회 정도 만나는 것이 보통입니다. 협상이 끝나면 곧바로 헤어지는 경우보다는 점심이나 먹고가라고 하면서 밥을 사주고, 다음에는 상대편에서 밥을 사주고 하는 것이 우호적이고 성공적인 협상을 하는데 중요하다고 느겼습니다. 사실 우리가 협상을 할 때 기계처럼 협상하지 않습니다. 상대랑 인간적으로 친해지면 마음이 녹고 서로 양보하면서 협상이 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4. 책임을 지기 싫어한다.


노조위원장이든, 사측 교섭대표든 합의 결과에 따른 책임을 져야합니다. 그러나 정치적인 이유로 , 차기 위원장 선거에서 당선이 안될까봐, 아니면 합의 결과에 대해 반대편 노조로부터 욕을 먹을까봐, 아니면 같은 조합원들이 뭐라고 할까봐 도장을 못찍는 노조위원장들이 매우 많습니다. 그래서 나온 제도가 인준투표제인 것 같습니다. 인준투표제는 교섭이 완료가 됐을 때 조합원의 과반수 찬성을 얻어 가결이 돼야 도장을 찍는 제도입니다. 원래의 목적은 노조위원장의 자의적 합의 체결을 방지하고 조합원의 의사를 존중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노조위원장이 자신이 욕을 덜 먹기 위한 제도로 활용되는 면도 있다고 봅니다. 사용자측 교섭위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합의의 결과에 따라 추후 재계약 등에 영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통큰 판단이 어렵고, 직책자임에도 결정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5. 험악한 분위기 형성은 전혀 도움이 안된다.


가끔 노조에서 조합원들 일부를 데려와서 쇠파이프등 각목을 가지고 교섭장소를 둘러싸는 등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경험상 이러한 것은 노조의 자기 만족일뿐 협상에 전혀 도움이 안됐습니다. 오히려 악효과만 냈습니다.


6. 노동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까 4번에서 노조든 사용자든 책임을 지기 싫어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책임을 안지면서 합의를 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노동위원회의 조정안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노동위원회에서 이렇게 이렇게 조정안을 내서 합의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조합원들에게 설명한다면 어느정도 불만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노동위원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조정위원의 역량과 노력에 따라 타결여부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손이 아파서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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