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식하는 노무사 Jan 04. 2024

세무사 친구 만난 썰

어제 갓 세무사가 된 친구와 만났음.


그동안 예술계통에서 커리어를 쌓아오다가 돈이 안되니 세무사 시험으로 전향하고 2년만에 세무사 시험에 합격한 친구임.


시험 합격 후 1년간 세무법인에서 근무하면서실력을 쌓았고 최근에 개업을 했다고 해서 사무실 구경도 하고 이야기도 나눌겸 감. 친구와의 이야기 중 생각나는 것들을 적어보려함


1. 세무사들 사이에서도 싫어하는 세무사가 있다.

나는 세무사가 결국 기장싸움이라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경정청구를 이용해서 돈을 번 신흥 부자 세무사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함. 그런데 세무사들 사이에서 경정청구 전문으로 하는 세무사를 별로 안좋게 보는 시각이 많다고 함. 왜냐하면 경정청구라는게 결국 동료 세무사가 세금을 잘못 신고했다는 사실을 까발리는 것이기 댸문임. 만약 경정청구를 해서 환급을 받으면 거래처의 기존 세무사 사무실에서는 노발대발 한다는 뜻임. 


내 친구가 수습을 받았던 법인은 경정청구만 전문으로 하는 법인이었기 때문에 다른 세무사사무실로부터 항의 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함. (나는 이걸 이해하지 못하겠음. 세금 신고를 처음부터 잘 했으면 되는거 아닌가? 물론 경정청구라는게 기존 셈사 사무실 입장에서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을 수 밖에 없어 그들에게 불리한 구조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잘 안다,)


2. 세무사들은 고정비용이 많이든다.

노무사들은 고정비용이 없다. 정말 미니멀하게 가면 사무실도 없이 일하는 노무사들도 많다. 그리고 매출액의 대부분이 영업이익이다. 나의 경우도 매출액의 90프로 이상은 영업이익일 것이다. 그러나 세무사들은 고정비용이 많이 드는 듯하다. 아무래도 세무사는 강남에 있어야 잘 된다는 인식이 있어서 그런지 주소지를 어떻게든 강남(역삼 선릉 등)쪽으로 만들어 놓으려고 한다. 당연히 임대료가 비싸고 개업 초기부터 고정비용이 많이 드는 듯 하다. 그리고 초기에 프로그램 사용료도 있다고 한다. 프로그램 제공 업체별로 가격이 상이하지만 몇천을 계약금으로 주고 프로그램을 사야되며, 이용료도 매달 몇십만원씩 내야한다. 즉 개업하자마자 최소 월 300씩은 깨지면서 시작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래서 세무사 개업은 혼자서 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다수의 세무사들이 모여서 개업을 하는 구조라고 한다. (노무사와 비교했을 때 개업시의 리스크가 크다고 보인다. 노무사는 강남 개업안해도 된다. 그리고 좋은 사무실이 별로 필요없다. 그저 책상과 의자 컴퓨터만 있으면 일을 할 수 있다. 프로그램 사용료? 급여아웃소싱을 전문으로 할게 아니면 굳이 필요하지도 않다.)


월에 300씩 개진다는 말을 듣고 내가 든 생각은 믿는 구석이 있나? 였다. 그러나 들어보니 믿는 구석이 그리 많치는 않는 것 같았다. 개인적인 생각에 월 300의 고정료가 나가는 경우 개업한 세무사가 둘이면 월 150씩은 나가는 것이다. 당연히 대출을 받거나 돈을 빌리거나 모아놓은 돈을 까먹으면서 시작할 수 밖에 없다. 


주식도 마찬가지지만 현금이 없으면 쪼들려서 제대로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개업에도 현금이 많아야 여유를 가지고 사람도 만나고 할 수 있는데, 그 점이 조금 걱정이 됐다.


3. 강남은 밥집 물가가 비싸다. 

나는 지방 위주로 사업장을 자문하거나 사건을 처리하고 있고, 서울에서는 파트너 노무사로 이름을 걸어놓고 있기 때문에 서울에 가봐야 일주일에 1번 정도 간다. 그런데 올때마다 밥값이 너무 비싸다고 느낀다. 강남에 수많은 양복 입은 직장인들이 있는데 다들 부자라는 말인가?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같은 퀄리티의 식사를 지방에서는 7~8천원에 할 수 있는데 강남에서는 최소 1만원이다. 내가 요즘 물가를 너무 몰랐나보다. 물가가 비싸다는 것은 결국 개업때 고정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수익이 없는 상황에서 밥값도 부담된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무사들에게도 기회가 많아보인다.

친구와 이야기를 하며 느낀점은 처음에 힘들긴 하지만 기회는 많아 보였다는 것이다. 요즘 개업하는 세무사 중에 단순히 기장만 하는 세무사는 별로 없을 것이다. 시장이 포화이고 가격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환급청구를 필수적으로 하는 듯 하다. 


대화를 하면서 사내근로복지기금이라든지 복지포인트라든지 등 다수의 이야기를 했고 거기에서 기회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노무사와 다른점이 얘네는 고정비용이 크지만 한번 벌때는 크게 벌 확률이 높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종로에서 어떤 잘나가는 세무사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노무사들은 컨설팅 단가가 대략 어느정도냐고 순수한 의도로 나에게 물어보셨는데, 나는 "상황 및 컨설팅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500만원에서 3천만원 이상까지 다양하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그 세무사는 나에게 "아 그래요? 저희는 한번에 20억 짜리도 하는데..."라고 하셨다. 정말 열받았던 것은 그 사람이 나를 놀리려고 말한게 아니라 순진무구한 얼굴로 말했다는 것이다... (부럽다)


아무튼 세무사들은 환급 규모 등에 따라 한번에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5. 일을 가려서 하면 안된다.

내가 친구에게 충고해준게 단 하나가 있다면 일을 가려서 하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친구는 본인의 전문적 분야에 집중을 하고자 기장 같은 것은 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따. (속으로 나는 뭔 ㅂ.ㅅ같은 소리야... 수익 나는게 하나도 없는데 할 일이 있으면 닥치고 해야지 뭘 가려라고 생각함) 


공공의적1-1에서 코뿔소의  명대사가 나온다 "이 바닥 일 가려가면서 받으면 얼마나 버틸거 같냐" 나도 같은 생각이다. 나도 해온 업무가 집단적 노사관계 업무, 노동사건 등 법학과가 할만한 업무에 치중되어 있지만 컨설팅 제의가 들어오면 마다하지 않는다. 비록 파워포인트를 잘 못해서 전달력이 떨어질 지언정 내용적으로 좋은 컨설턴트가 될 수 있도록 아둥바둥한다는 뜻이다. 일이 들어오면 무조건 해야한다고 본다.


6. 영업적 고민이 부족해보였다.

친구도 인정하는 말이지만 개업을 할 때 누구나 잘 될 것만 생각한다. 주식을 살 때 돈 벌 생각만하지 돈 잃을 생각은 안하는 것 처럼 말이다. 개업에는 영업이 매우 중요한데 영업적 고민이 없어서 리스크가 있다고 생각했다.


일단 그 친구가 판 명함을 봤다. 명함에 이 세무사사무실이 무슨일을 할 수 있는지가 안써져있고 로고만 이쁘게 심플하게 달려있다. 나는 이걸 보고 탄식을 했다. 명함이라는게 내가 누구인지 뭘 할 수 있는지를 상대방이 알 수 있어야 하는데, 단순히 명함을 이쁘게 만들고자 그런 정보들을 생략했다는 것이다. 


나는 내 명함에 내 얼굴사진도 있고 뭐하는지도 나와있다. 영업적으로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1년에 내 얼굴 1번도 안보는 경우도 많다. 나에게 일을 맡기고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오다가다 내 얼굴 몰라서 지나쳐 버릴 그런 사람들이 대다수라는 뜻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명함에 내 얼굴을 박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사진관에서 다 뽀샵해준다)


그 친구는 팜플렛에서 뭘 할 수 있는지 정보가 있으니 그걸 제공하면 된다고 한다. 그러나 그 어떤 누가 사업상 만나는데 팜플렛을 항상 들고다니나....명함을 들고다니지... 팜플렛 같은 것도 안하는 것 보다는 낫지만 단순히 예쁘고 세련되어 보이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즉 굳이 있어보이는 척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노무사의 경우도 만나는 사람들이 보통 사업가들이다. 세무사의 경우는 보통 부자들을 만날것이 아닌가? 그들이 볼 때 노무사든 세무사들 그냥 내 손 발이 되어줄 수족을 찾는 것이다. 굳이 있어볼 필요도 없고 좋은 차를 탈 필요도 없고 건방을 떨 필요도 없다. 그냥 내가 얼마나 이 일에 대해서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와, 그 사장의 입장에서 얼마나 생각을 했는지 고민한 흔적을 보여주면 되지 않을까.


7. 돈 벌 생각만 있지 지식을 채울 생각이 별로 없어보였다.

내가 물어볼게 있어서 세무적인 것을 물어봤다. 그런데 대답이 영 시원치가 않았다.. 이 부분은 경험이 쌓이면 커버가 당연히 가능해질테지만 개업을 한 대표 세무사라면 조금 더 정돈되고, 이해하기 쉬운용어, 물음을 해소할 수 있는 답변을 해줬어야 한다. 


내가 아는 사업가들은 노무적 지식에도 밝고 세무적 지식에도 밝다. 이 말의 뜻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더 완벽히 하려고 또는 시간이 없어서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일 뿐이라는 뜻이다. 사업가가 물었는데 대답을 그들이 원하는 기준에 맞추지 못하면 영업은 끝난 것과 다름 없다.


노무사들 중에서도 항상 공무하는 학자형 스타일이 있고, 영업만 잘하는 영업형 스타일이 있다. 사람들은 돈을 잘 벌려면 학자형보다는 영업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공부를 등한시 하지만, 세상에는 공부도 줠라 열심히하고 영업도 매우 잘하는 그럼 사람들이 널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사내 노무사 썰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