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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일원 Aug 15. 2017

EPL대학교 개강, 3생(生)을 주목하라

▲ 2017-2018 학기 EPL 대학교를 대표하는 편입생(알바로 모라타), 전과생(로멜루 루카쿠), 복학생(사디오 마네)

개강 날, 구석진 책상에 자리를 잡고 전방을 훑는다. 의외로 앞줄이 학생들로 빼곡하다. 묵직해 보이는 가방, 대나무처럼 곧은 자세, 낯선 행색... 뒤태에서 풍기는 결연한 의지가 예사롭지 않다. 편입생과 전과생! 이들은 학기 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사람들과 부대끼고, 책과 씨름한다. 초반 페이스는 누구보다 빠르고, 남들과는 다르다. (소수지만) 종강까지 초심을 잃지 않는 편입생과 전과생은 기존의 현역 학생들을 능가하는 존재감을 과시하며 즐거운 캠퍼스 라이프(campus life)를 영위한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대학교가 지난 12일 전격 개강했다. 20개의 학과가 올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수많은 편입생과 전과생을 맞이했다. 뭇 대학교의 풍경이 그러하듯, EPL 대학교 역시 새로운 학과 점퍼를 입은 편입생과 전과생들의 등장으로 시끌벅적하다. 지난 학기 기준 입시 결과 상위 7개 학과의 편입생과 전과생들(공격수에 한함)의 첫 수업 성적은 어땠을까?

# 상위 7개 팀 편입생 & 전과생들의 개막전 활약

▲ EPL 데뷔전부터 1골 1도움을 기록한 편입생 알바로 모라타

1라운드부터 편입생과 전과생들이 펄펄 날았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대학교 레알 마드리드학과를 떠나 EPL 대학교 첼시학과로 편입한 알바로 모라타는 첫 수업부터 1골 1도움을 기록, ‘장학금’ 거품 논란(모라타의 이적료는 한화 약 877억 원)을 무색하게 했다.


이탈리아 세리에 A AS로마에서 리버풀로 편입한 모하메드 살라 역시 EPL 데뷔전부터 골맛을 봤다. 비록 팀이 3-3으로 비겨 빛이 바래긴 했지만, 올 시즌 리버풀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한 골이었다.

프랑스 리그앙 올림피크 리옹서 득점 수석을 놓치지 않았던 알렉상드르 라카제트 또한 아스널 편입 후 첫 경기에서 전반 2분 만에 선제골을 뽑아내며 팀의 4-3 승리를 이끌었다. 살라와 마찬가지로 프리시즌 계절학기부터 두각을 나타냈던 라카제트는 아르센 벵거 학과장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1라운드부터 득점포를 가동했다.

▲ EPL 개막전서 혼자 2골을 넣은 전과생 로멜루 루카쿠(좌)

에버턴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의 전과를 택한 루카쿠는 올 시즌 가장 기대되는 전과생이다. 프리시즌부터 가벼운 몸놀림을 선보인 루카쿠는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1라운드에서 2골을 넣으며 팀의 4-0 대승을 이끌었다.


15년 전 EPL 대학교에 입학한 웨인 루니. 02 학번인 루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나 자신이 처음 몸담았던 에버턴으로의 전과(전과보다는 대학원 진학 느낌이 강하다.)를 택했다. 빨간색이 아닌 파란색 학과 점퍼를 입고 치른 1라운드 경기서 루니는 결승골을 넣으며 ‘고학번은 죽지 않는다’는 명제가 참임을 증명했다.

▲ 파란색 학과 유니폼이 꽤 잘 어울리는 웨인 루니, 02 학번 시절 맞췄던 유니폼은 잃어버려 이번에 새로 맞췄다고 한다.

수치로 살펴보면 편입생과 전과생(이하 통칭 '이적생')들의 1라운드 활약이 더욱 도드라진다. 지난 시즌 톱7인 첼시, 토트넘,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아스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에버턴 중 개막전에서 이적생이 골을 넣은 학과는 다섯 곳(첼시, 리버풀, 아스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에버턴)이다. 톱7 팀들 중 약 71%가 이적생이 골을 넣은 셈인데, 아직까지 선수 영입이 없는 토트넘을 제외하면 해당 수치는 약 83%로 증가한다.


톱7 학과들이 1라운드에서 넣은 골은 총 17골이다. 17골의 약 35%인 6골이 이적생의 발과 머리에서 나왔다. 올여름 이적시장 선수들의 몸값에 그 어느 때보다 거품이 꼈다고는 하나, 이적생들이 이러한 초반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한다면 충분히 납득할만한 영입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터다.

# 편입생과 전과생을 위협하는 다크호스, ‘복학생’

▲ 복귀를 준비 중인 복학생 알렉시스 산체스

이적생들 못지않은 내공의 소유자인 ‘복학생’들도 호시탐탐 재기를 꿈꾸고 있다.


2017-2018 학기 복학한 리버풀의 사디오 마네는 지난 4월 에버턴과의 머지사이드 더비서 부상을 당해 4개월간 휴학했지만, 복학 후 첫 수업부터 1골을 넣으며 복학생의 저력을 보여줬다.

부상으로 휴학을 밥 먹듯 하는 아스널의 아론 램지 또한 올 시즌 비장한 각오로 복학 신청서를 제출했다. 램지의 의지를 높게 산 벵거 학과장은 레스터 시티와의 1라운드 후반전서 램지를 교체 투입했고, 램지는 팀의 세 번째 골을 넣으며 기대에 부응했다.

▲ 잦은 부상으로 휴학을 밥 먹듯 하는 아론 램지도 첫 경기부터 득점포를 가동했다.

자랑스러운 한국인 유학생 토트넘의 손흥민도 팔 부상을 딛고 복학해 첫 수업에(지각 / 후반 13분 교체 출전) 출석했다. 비록 공격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수업 종료 직전 해리 케인을 향해 예리한 스루패스를 뿌리는 등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학과장의 눈도장을 받았다.


이 밖에도 에당 아자르(첼시), 알렉시스 산체스(아스널), 필리페 쿠티뉴(리버풀, 현재 스페인 편입 고민 중)가 복학 시기를 조율 중이다. 이들 모두 학과에서 수석을 도맡아온 우등생이라 이적생들과의 치열한 경쟁은 물론, 또 다른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상황. 새 학기 남다른 포부로 무장한 이적생과 복학생들의 피치 라이프(pitch life)를 주목해보자.

사진: 첼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 에버턴,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소셜미디어 갈무리


2017년 8월 15일자로 베프리포트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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