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한국시간) 웨인 루니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입단 12주년을 기념하는 자선 경기가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렸다. 그런데 덕아웃을 살펴보니 무리뉴 감독이 보이질 않았다. 특유의 아프로(Afro)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마루앙 펠라이니에게 가려졌을까 찾아봤지만 그래도 없었다. 카메라 고개가 아래를 향하니 그제야 백발의 무리뉴 감독이 보였다. 무리뉴 감독과 코치진은 덕아웃 앞에 놓인 간이 의자에 터를 잡았다. 경기가 끝나고 많은 후보 선수들로 인해 한시적으로 덕아웃 앞에 앉았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이 또한 무리뉴 감독의 ‘새판짜기’라는 시각도 적잖았다. 어찌 됐든 무리뉴 감독은 첫 홈경기부터 그 누구보다 ‘터치라인’과 가까웠다.
무리뉴 감독은 상당 시간을 터치라인 근처에 ‘서서’ 경기를 지켜본다. 말 그대로 바라만 볼 때도 있고, 마치 골프 선수들이 퍼팅라인을 읽는 것처럼 쪼그려 앉을 때도 있다. 대기심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골을 넣은 선수를 끌어안기도 한다. 소리칠 때도 있는데,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경기장 안의 모든 이들을 상대로 고함을 치기도 한다.
무리뉴 감독은 상대팀 감독, 팀닥터, 심판 등과 터치라인 부근서 벌인 실랑이로 여러 차례 곤욕을 치렀다. 대표적인 사건은 2년 전 첼시 감독 시절 앙숙 아르센 벵거 감독과의 충돌인데, 당시 첼시 수비수 게리 케이힐의 태클로 인해 감정이 격해진 두 감독은 서로를 밀치며 신경전을 벌였다. 지난해에는 팀닥터 에바 카네이로를 향해 터치라인 부근서 폭언 섞인 분노를 표출했다가 소송에 휘말렸다. 사우샘프턴과의 대결 후 심판 판정에 불만을 드러냈다가 1경기 터치라인 접근 금지 징계를 받기도 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보도에 따르면 맨유는 무리뉴 감독 영입 과정에서 터치라인 돌발행동을 우려해 감독의 처신을 강제할 수 있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고자 했지만 무리뉴 감독의 거절로 불발 됐다고 한다. 맨유의 레전드 폴 스콜스가 무리뉴 감독 부임 이전에 “무리뉴 감독은 90분 중 30분은 터치라인에 서서 심판에게 항의한다”고 비판했을 정도니 이쯤 되면 ‘터치라인 이슈메이커’라 칭해도 손색이 없다.
반면 터치라인서 맞이한 환희의 순간들도 있었다. 2004년 FC 포르투를 이끌고 올드 트래포드서 맨유와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경기를 치렀던 무리뉴 감독은 극적인 무승부를 이끌어내며 8강에 올랐다. 동점골이 들어가는 순간 41세의 젊은 무리뉴 감독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터치라인을 따라 한없이 질주했다. 올드 트래포드의 터치라인을 출발선으로 삼은 포르투는 결국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차지하며 ‘무리뉴’라는 이름 석 자를 세계적인 명장 반열에 올렸다. 10년 뒤 파리 생제르맹과의 챔피언스리그 8강 경기서 뎀바 바의 쐐기골이 나왔을 때도 무리뉴 감독은 똑같이 터치라인을 따라 달렸다.
그랬던 무리뉴 감독이 맨유의 수장이 되어 올드 트래포드의 터치라인 앞에 다시 섰다. 무리뉴 감독 앞에 펼쳐진 터치라인이 숱한 구설의 도화선이 될 것인가 아니면 12년 전처럼 새로운 역사의 출발선이 될 것인가. 올 시즌 무리뉴 감독이 보여줄 화려한 ‘줄타기’를 주목해보자.
베프리포트에 2016년 8월 5일자로 기고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