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지일관’ 리버풀·토트넘, 필요한 건 전술적 유연함

by 정일원

[정일원의 Box to Box] 시작과 끝,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가 인생이라면 축구도 이와 다르지 않다. 축구 역시 '우리 편 골대에서 상대 편 골대 사이' 그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이야기의 집합체이다. [Box to Box]에는 이처럼 축구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담으려고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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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과 토트넘의 EPL 9R, 당시 리버풀은 114.7km를 뛴 토트넘보다 더 많은 활동량을 보여줬다.(116km)


‘가장 많이 뛰는’ 두 팀이 공교롭게도 똑같은 팀에게 덜미가 잡혔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5/16 시즌을 자신들만의 압박 축구로 수놓고 있는 리버풀과 토트넘이 각각 리그 15, 16라운드에서 강등권 뉴캐슬에 무릎을 꿇었다. 리버풀과 토트넘은 나란히 무패 행진을 마감했고, 뉴캐슬은 1년여만의 리그 2연승으로 강등권 탈출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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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16R 토트넘 vs 뉴캐슬, 후반전 추가시간 역전골 성공 시키는 아요세 페레스


두 팀이 뉴캐슬과 맞붙었던 15, 16라운드 경기의 흐름은 너무도 비슷했다. 전반부터 왕성한 활동력을 바탕으로 전방 압박을 시도한 두 팀은 뉴캐슬을 상대로 더 많은 점유율과 유효슈팅을 기록했지만 후반전 급격한 체력 저하로 역습을 허용했다. 후반전 헐거워진 압박으로 인해 수시로 공간을 허용했고, 체력을 비축했던 뉴캐슬은 빠르고 밀도 있는 역습 한 방으로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유로파리그와 리그컵의 병행으로 인한 체력적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결과적으로 리버풀과 토트넘의 입장에선 자신들의 강력한 무기였던 압박이 ‘패착’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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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클롭 감독 부임 이후 15/16 시즌 리버풀 성적


올 시즌 리버풀과 토트넘의 경기 결과를 분석해보면 일정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리버풀은 위르겐 클롭 감독 부임 이후 치른 15번의 경기에서 8승 5무 2패를 기록하고 있다. 부임 이후 단 2번의 패배밖에 없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무승부 비중이 약 33%나 된다. 더욱이 골을 넣고 비겼던 4경기 중 2경기(50%)가 선제골을 기록했다는 점은 리버풀이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뒷심이 부족했다는 걸 보여준다. 또한 현재 유로파리그와 프리미어리그를 병행하고 있는 리버풀은 유로파리그 일정을 소화한 뒤 이어지는 리그 경기에서 체력적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클롭 감독 부임 이후 유로파리그 다음에 치렀던 리그 4경기 리버풀의 승률은 25%(1승 2무 1패)밖에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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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6 시즌 토트넘 성적


포체티노 감독의 토트넘 또한 비슷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올 시즌 총 23경기 10승 9무 4패를 기록하고 있는 토트넘 역시 무승부 비중이 약 39%나 된다. 골을 넣고 비긴 6경기 중 무려 5경기가 선제골을 넣은 것을 감안하면 토트넘 역시 전·후반 90분 내내 한결같은 폼을 유지하는데 실패했음을 알 수 있다. 유로파리그 다음에 이어지는 리그 경기 승률이 33%(2승 3무 1패)라는 점 역시 매 경기 강도 높은 압박 전술 유지에 따른 체력적 부담의 결과이다.

리버풀과 토트넘의 뉴캐슬전 패배는 ‘초지일관(처음 품은 뜻을 한결같이 꿰뚫음)’이라는 말이 적어도 축구판에서만큼은 그리 효율적인 방법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일례였다. 한 팀의 주된 전술은 말 그대로 주(主)가 되어야지, 전부가 되어선 안된다. 수많은 경기 일정과 각양각색의 팀들이 즐비한 축구판에서 ‘일변도’의 고집은 분석과 간파를 불러올 뿐이다. 리버풀과 토트넘 역시 유럽대항전과 리그, 어느 것 하나 놓을 수 없다면 그저 ‘압박’ 만으론 부족하다. 압박이 헐거워졌을 때 경기를 단단히 죌 수 있는 또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승부에서 이길 수 있는 법. 한 가지 전술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체력적 상태와 상대 팀을 고려한 맞춤형 전술을 병행해야만 축구에서도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 지금 이 시기 리버풀과 토트넘에게 유연함이 필요한 이유다.

<사진> 뉴캐슬 공식 홈페이지 캡처, 통계자료: ⓒ whoscor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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