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퇴근 후, 침대 대신 글을 택하다

모임 운영자가 되기까지

by 구가영

아직 공장을 선택하기 전, 정말 막막했다. 결제일이 다가오면 심장이 조여왔고, 통장 잔고보다 늘 많은 청구서를 바라보며 나는 한심하다고, 아무것도 해낸 게 없다고 스스로를 욕했다.



다행스럽게도 그 시절, 나를 조금이라도 숨 쉬게 해줬던 공간은 서점이었다. 서점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었고, 어릴 때부터 책은 나의 도피처이자 위안이었다. 그때, 늘 가던 한 독립서점에서 온라인 글쓰기 모임을 연다는 공지를 봤다. 뭔가에 이끌리듯,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그 모임에 지원했다.



그리고 2024년 1월 1일부터, 매일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정해진 시간은 없었지만 자정까지 인증하는 게 규칙이었고, 밤 11시 55분에도 허겁지겁 글을 올리곤 했다. 주제도 딱히 정해지지 않았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 지금 나의 기분, 왜 내 인생이 이렇게 흘러왔을까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 신기한 일이 생겼다.
불안하던 마음이 글을 쓰면 차분해졌고, 마음속 생각이 단어로 정리되면서 무기력했던 내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특히, 좋아하는 것을 글로 쓰다 보면 "이걸 누리려면 내가 어떤 삶을 선택해야 하지?" 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그 질문은 결국 내 삶을 다시 설계하게 만들었다. 좋아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환경을 바꾸는 선택을 했고, 공장을 택했고, 그 위에 글을 써가며 나를 버티고 움직이게 했다. 매일 쓰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처음으로 알게 됐다.



“어? 나 작심삼일인 줄 알았는데, 진짜로 계속 해내고 있잖아?”

“나는 정말 뭐라도 하는 사람이었네.”



그렇게 공장에 입사하여 퇴근한 후, 기숙사 침대에 누워 편하게 핸드폰을 보거나 드라마를 보는 대신, 매일 글을 쓰기로 했다. 내가 하는 모든 실행 전에, 무조건 글을 먼저 쓰기로 했다. 처음에는 작은 결심이었지만, 매일 ‘원하는 미래’와 ‘내가 이루고 싶은 목표’를 글로 적다 보니, 내 마음이 점점 뜨거워졌다.



알고보니 심리학에서는 내가 한 행동을 목표 지향적 자기조절(goal-directed self-regulation)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사람은 머릿속에 원하는 이미지를 자주 떠올리고 기록할수록, 뇌가 그 목표를 ‘현실로 만들어야 할 일’로 인식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공장의 일상에 무뎌지지 않았다. 매일 글을 쓴 덕분에,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행동할 수 있었다. 글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내 뇌를 목표를 향해 계속 작동하게 만드는 도구가 되었다. 어찌보면 ‘스스로 가스라이팅’을 한 것이었다. "나는 잘하고 있어", "내 인생은 밝아질 수밖에 없어" 이런 문장을 계속 나에게 쓰다 보니, 진짜로 내 인생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글을 쓰면서 매일 내 뇌를 새롭게 프로그래밍했다. 침대에 눕지 않고, 한 번의 알람 소리에 눈을 뜨고, 빚을 빨리 해결하기 위해, 지금 이 시간을 나에게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



글이 나를 살린 것이 맞다. 더 정확히 말하면, 글은 나에게 목표를 향해 살아가게 만든 힘이었다. 공장에서 만든 콘텐츠 덕분에 누군가를 움직이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는데 믿음대로 내 글은 곧 ‘사람들이 모이는 콘텐츠’가 되기 시작했다.


또 그 콘텐츠는 나를, 생존을 위해 시작한 글쓰기 모임 일원에서, 이제는 내가 경험한 인생의 변화를 알리는 사명을 가진 글쓰기 모임 운영자가 되게 했다.



그렇게 후회로 가득했던 인생을, 내가 원하는 삶으로 바꿔가기 시작했다.



KakaoTalk_20250428_222240155.png 나도 저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생각을 현실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