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속에서 뛰쳐나오듯, 나는 인생을 다시 시작했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확신

by 구가영

스무 살의 나는 흥청망청 살았다. 시간은 무한한 줄 알았고, 당장 돈이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지금 돈을 못 모아도, 미래의 내가 나를 책임져줄 거라 믿었다. 그때는 누구나 그런 착각을 하니까. 그리고 나는 그렇게 시간도, 돈도, 나 자신도 제멋대로 흘려보냈다.



서른이 조금 지난해,

통장 잔고 대신 빚 6천만 원이 내 전부가 되어 있었다. 결제일을 놓쳐 연체 알림이 울리던 핸드폰을 붙잡고, 진심으로 무너졌다. 그 순간이 힘든 건, 돈이 없어서도 아니고 연체가 무서워서도 아니었다. 나는 아무것도 해낸 게 없는 사람이라는 자각이 더 아팠다.



고졸.

입양아.

가난한 형편.

원하는 곳에 쓸 수 있는 이력서 한 장 없었고, 이제 와서 뭐라도 해보자니 내가 가진 건 후회뿐이었다.



어릴 적 나는 꿈이 많았다. 좋아하는 것도 분명했고, 서점은 나의 놀이터였다. 책을 읽으며 언젠가 나도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상상을 했다. 그런데 현실의 나는 그 책 속의 어떤 인물과도 겹치는 게 없었다. 초라했다. 심장이 쪼그라들고,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 나를 벗어나고 싶었다. 그날의 나는,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 기분이었다. 집에 불이라도 난 것처럼, 지금 이 삶에서 단 한순간도 더 머물면 안 된다는 확신이 들었다. 불길 속에서 뛰쳐나오듯, 나를 살리기 위해, 내가 만든 익숙한 모든 환경을 버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확신이, 이대로 살면 죽겠다는 본능적인 경고였다. 진짜 살아보고 싶었다. 진짜, 다시 시작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가진 걸 다 내려놓았다. 서울에서의 직장생활도, 송도 오피스텔도, 손에 쥐고 있던 물건들도 모두 팔았다. 그리고 아주 진심으로 ‘공장’을 찾았다. 아무 공장도 아니었다. 기숙사가 있고, 도서관이 있는 그런 공장. 나를 다시 회복시킬 조건을 다 걸고 찾았다.



왜 기숙형 공장이었을까?

그건 단지 일자리가 필요해서가 아니었다. 내 환경을 완전히 바꾸고 싶었다. 그동안의 나를 만든 모든 습관, 유혹, 익숙한 관계를 과감히 끊고, 나를 고립시키고 싶었다.



정말 독하게 마음먹고, 나만의 작은 수련장처럼 고립된 기숙형 공장을 찾아다녔다. 서울을 떠나, 경기도, 전라도, 충청도까지 면접을 보며 돌았다. 내가 가장 원하던 ‘도서관’이 있는 공장을 발견했을 때, 그게 인생의 전환점일 줄은 몰랐다.


꿈을 품은 공간


그곳에서, 내 인생을 다시 쓰는 일이 시작되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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