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이다
3월 10일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IVB)가 영업을 중단했다. 전날 채권 포트폴리오를 손절하면서 1.8 빌리언 달러(약 2.5조 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SIVB 경영진이 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발표하자 예치금을 우려한 고객들의 뱅크런(bank run)이 발생했다. 이에 오늘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공식적으로 SIVB의 영업을 중지시켰다.
SIVB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지역 은행이다. 테크 기업들, 특히 미국 스타트업들이 주로 거래하는 은행인데, 미국 스타트업과 거래를 해본 사람들은 이 은행의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예컨대, 나도 데이터브릭스(Databricks) 같은 회사에서 SaaS 서비스를 구매할 때 계약금을 SIVB의 계좌로 이체하곤 했다. 이런 유명한 은행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부도가 날 거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럼 이번 사태의 원인은 무엇인가? 미 연방은행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이다. 2021년 급격히 풀린 유동성으로 인해 엄청난 여유자금이 SIVB에 예치되었고 은행은 이를 단기 국채를 매입하는 데 사용했다고 한다. 문제는 당시에는 기준금리가 거의 0%였기 때문에 단기 국채의 이자율도 2% 미만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기준금리가 4.5%로 치솟자 2% 미만의 이자율로 발행된 과거의 단기 국채 가격이 급락했다. 이 때문에 SIVB는 채권 포트폴리오에 큰 손실을 입었다고 한다. 만일 기준금리가 곧 내려간다면 일시적인 손실을 감내하고 버티겠지만, 한동안 기준금리가 높게 유지될 거라고 판단한 SIVB 경영진은 단기 국채를 손절하기로 결정했고, 손실이 확정되자 주가가 폭락하고 뱅크런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악재가 터지자 미 연방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곧 멈출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미국 국채의 이자율이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의아한 점은 장초반 이자율과 함께 하락했던 미국 달러가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회복했다는 점이다.
TNX
UUP이는 미국 달러의 안전자산 속성 때문인데, SIVB의 뱅크런에서 보듯이 위기가 찾아오면 미국 달러에 대한 시장의 수요는 증가한다. 즉, 이자율 하락에 따른 하방 압력과 유동성 위기에 따른 상방 압력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어느 힘이 더 셀지에 따라서 미국 달러의 향방이 정해질 텐데 오늘의 움직임만 보면 상방 압력이 더 크지 않을까 예측한다.
그렇다면 지금 어떤 트레이드를 할 수 있을까? 난 오늘 DUST(GDX Bear 2X Shares) 롱포지션을 열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금값은 미국 달러와 반대로 움직인다. 따라서 GDX 인버스 ETF인 DUST는 미국 달러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오늘 미국 달러가 갭다운(gap down)으로 시작했지만 장중 회복했는데, 난 이를 DUST 매수 기회로 봤다. 지난 포스트에서 말했듯이 금값은 라운드 바텀을 형성하는 경향이 커서 V자 반등을 거의 하지 않는다. 금값이 어제까지 크게 하락했는데, 오늘 이렇게 갑자기 반등해서 상승을 이어간다면 V자 반등이 된다. 난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오늘 S&P 500과 Nasdaq의 반응이다. 이번 악재가 정말 미 연방은행의 입장 변화로 이어지고 기준금리가 내려간다면, 이는 주식에게 호재이어야 한다. 하지만 S&P 500과 Nasdaq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다. SIVB가 테크 기업들에게 중요한 은행이긴 하지만 미국의 수많은 지역 은행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에, 이런 은행 하나가 문을 닫는다고 미 연방은행이 곧바로 기준금리 정책을 변경할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2020년 코로나 하락장에서 보듯이, 금융 시스템에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면 시장은 모든 자산을 팔고 미국 달러를 산다. 현재 진행 중인 위기는 은행권에서 발생한 위기이고 SIVB와 비슷하게 채권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소형 은행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미국 달러에 대한 수요가 또다시 급증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나의 DUST 트레이드는 다음과 같다:
매수 가격 15.20
스톱 가격 15.00
목표 가격 23.00
DU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