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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e Punch Capital Mar 1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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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주일은 트레이더로서 정말 힘든 시기였다. 실리콘밸리 은행의 파산이 발표난 직후인 지난주 금요일 DUST 롱포지션을 열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이건 최악의 선택이었다. 특히 월요일 DUST가 -10% 갭다운으로 시작했을 때, 주가는 이미 나의 스톱 리밋보다 한참 낮은 상태였다. 트레이딩에서는 (그리고 인생에서는) 아무리 준비를 하더라도 돌발상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마이크 타이슨 말처럼 처맞기 전까지는 누구나 계획이 있다.


“It’s okay to be wrong; it’s unforgivable to stay wrong.”이라는 트레이딩 명언이 있다. 일단 틀렸으면 어떻게든 수습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손실이 커질 뿐이다. 나의 제일 원칙은 손절은 최대한 빨리한다는 것이다. 3월 13일 DUST가 장중 갭을 좁히지 못하는 것을 확인하고, 난 바로 롱포지션을 손절했다.


2월 6일 CWEB에 이어 뼈아픈 손절이다. 특히 손절이 두 번 연달아 발생해 더욱 뼈아프다. 1월 한 달 동안 번 수익을 이렇게 두 번의 손절로 허무하게 반납한다는 게 분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손절을 빨리 실행한 것에 대한 안도감을 느낀다. DUST는 오늘 또 한 번 -10% 하락하면서 이번주에만 -22% 내렸다.

DUST


그렇다면 나의 DUST 트레이드는 왜 실패한 것일까? 지난주 금요일 DUST 롱포지션을 열 때 나의 논리는 다음과 같았다. 실리콘밸리 은행이 파산했기 때문에 이로 인해 유동성 위기가 올 것이다. 따라서 미국 달러가 오를 것이고 금을 포함한 모든 자산이 팔릴 것이다. 주말까지만 해도 내 예측대로 흘러가는 듯했다. 은행들의 연쇄부도에 대한 공포가 지속되었다. 하지만 일요일 밤 미국 재무부가 실리콘밸리 은행의 고객 예치금을 전액 보장한다는 발표가 나오고, 내 예상과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졌다. 유동성 위기가 아니라 유동성이 오히려 투입된 것이다. 유동성이 늘어나자 달러는 하락했고 금과 비트코인은 상승했다.

UUP


큰 폭으로 갈팡질팡하던 미국 달러도 주봉 기준으로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내가 "Gold 불 마켓"에서 예측한 대로 미 연방은행은 기준금리를 올릴 수 없게 되었고 인플레이션은 지속되게 되었다. 이런 상황이 올 것이라고 줄곧 믿었지만 단 일주일 동안 그 믿음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대가는 너무 가혹했다. 만일 지난주 금요일 DUST를 사지 않고 NUGT는 샀더라면 지금쯤 20% 수익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이런 기회비용까지 생각하면 속이 더 쓰린다.


하지만 이번주에 나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유동성이 늘어난다면 금과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성장주에도 랠리가 올 것이라 믿고 AI 테마주인 ANET의 롱포지션을 열었다. 아직은 DUST 손실 대비 수익이 크진 않지만, 오랜만에 계획대로 되고 있는 포지션을 가지게 되었다는데 큰 안도를 느낀다. 현재 ANET이 나의 가장 큰 포지션이고 앞으로 매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추가 매수할 예정이다.

ANET


이번주 시장에서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AI 관련주들의 강세이다. ANET 뿐만 아니라 AMD, GOOG, MSFT, NVDA 등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전부 초거대 AI 모델과 관련된 기술주들이다. 이 트렌드가 지속가능한지는 두고 볼일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베어마켓이 끝나면 새로운 대장주가 다음 불마켓을 이끈다고 한다. 지난 불마켓에서는 뭐니 뭐니 해도 FANG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기업들이 대장주였다. 그렇다면 다가올 불마켓의 대장주는 무엇일까? ANET 같은 AI 관련주들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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