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나의 첫 직장은 옵텀소프트(OptumSoft)라는 컴파일러 회사였다. 스탠퍼드 대학의 억만장자 교수님인 데이비드 체리튼(David Cheriton)이 설립하신 스타트업이었는데, 이 회사가 개발하던 프로그래밍 언어는 TACC라는 분산 시스템 개발을 위한 DSL(domain specific language)이었다. 당시 우리 회사의 유일한 고객사가 있었는데, 그 회사가 바로 아리스타 네트웍스(Arista Networks)였다. 아리스타 네트웍스는 우리 회사가 제공하는 TACC로 EOS라는 네트워크 스위치 OS를 개발했다. 아리스타 네트웍스 역시 데이비드 교수님이 공동 창업한 회사였는데, 우리 회사는 TACC를 상업화하기 위해 아리스타 네트웍스로부터 독립한 자회사에 가까웠다.
이후 옵텀소프트는 역사 속으로 흐지부지 사라졌지만 아리스타 네트웍스는 엄청난 회사로 성장했다. 시스코(Cisco Systems)가 독점하던 네트워크 스위치 시장에서 왕좌를 위협하는 경쟁자로 성장한 것이다. 전체 네트워크 시장 점유율은 아직 10% 정도이지만, 데이터 센터의 고성능 스위치 시장으로 국한해 보면 점유율이 25%에 육박한다. 특히 데이터 센터의 고성능 스위치는 클라우드 컴퓨팅 덕분에 성장세가 아주 큰 시장이다.
ChatGPT 같은 초거대 AI 모델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IT 인프라가 필요하다. 첫째, 고성능 CPU와 GPU. AI 수혜자로 자주 언급되는 회사들인 암드(AMD)나 엔비디아(NVDA) 같은 시스템 반도체 회사들이 만든다. 둘째, 대용량 메모리. 삼성과 하이닉스 같은 메모리 반도체 회사들이 만든다. 셋째, 고속 네트워크 연결. 아무리 좋은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를 갖추어도 네트워크 연결이 느리면 분산 시스템은 작동할 수 없다. 특히 초거대 AI 모델과 같이 대용량 데이터를 다수의 컴퓨터로 분산 처리할 경우 네트워크 연결이 주요 병목이 되기 마련이다.
2014년 상장한 후 ANET은 대략 세 번의 대세 상승을 보여줬다. 각 대세 상승 구간에서 주가는 80~90%의 상승을 보여줬는데, 최근 새로운 대세 상승 구간이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ChatGPT로 유명해진 초거대 AI 모델이 네 번째 대세 상승의 방아쇠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