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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e Punch Capital Apr 28. 2023

두려움

이번달에는 한국에 장시간 다녀왔다. 1년 넘게 못 본 가족들도 만나고 친구들도 만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움을 불쑥 가지게 되었다.


오래 알고 지내는 한 지인을 뵙고 왔는데, 이분은 스타트업의 CTO를 여러 차례 하시던 유능한 분이다. 최근 창업하신 스타트업이 실패하면서 지금은 후배의 회사에 직원으로 재직하고 계셨다. 임시라고는 하지만 직책자도 아니고 그냥 직원으로 후배의 회사에서 일을 한다는 게 절대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분은 그런 내색 전혀 없이 웃는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셨다. 내가 퇴직 후 여기저기 여행한 얘기를 하자, 이분은 딸이 미국 대학으로 교환학생을 가서 여행한 얘기를 자기 이야기인 것처럼 자랑스럽게 해 주셨다.


이분과 헤어지고 돌아오면서 대화를 되새겨 보니, 나는 아직도 "나"로 살고 있지만 이분은 "아버지"로 살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분에게 자신은 중요하지 않고 딸이 제일 중요했다. 예전에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이런 기사를 읽은 적 있다. 베어 마켓에서 패닉셀을 할 확률이 가장 높은 사람은 자식을 가진 아버지라는 분석이었다. 자식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언제나 두려움 속에 살고 있는 것이 아버지라는 존재일지 모르겠다.


난 아직 아이가 없다. 올해 아이를 가지려는 계획을 와이프와 세우고 있는데, 불쑥 나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버지가 되어서도 지금처럼 겁 없이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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