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필리핀 남부지방에서 자랐다. 부모님께서 도시 빈민들이 모여사는 수상가옥 지대에서 사역하시던 시기가 있었다. 정말 온 마음을 수년을 그 동네에다 쏟으시던 시절이다. 부모님은 일하시던 동네 교회에 꾸며놓은 사택에서 거의 계속 사시고 다른 가족들의 경우 상주하진 않고 왔다갔다 하던 시절이었는데 수상가옥 지대까지 가려면 한창 걸어서 들어가야 한다. 지나가다 보면 우리 보고 눈을 찢으며 진상을 떠는 애들도 있고, 동네 사람들 모여서 벌리는 마작판도 있고, 필리핀 반찬가게와 구멍가게도 있었다. 그 당시에는 몰랐는데 그 동네는 온갖 마약과 매춘 등 불법의 온상이었다. 그런 동네에서 수상가옥에 사는 사람들은 무시당하는 사람들이었다. 민족과 언어가 달라서 더 그랬을 것이다.
바닷가로 진입하면 바다위 기둥을 세우고 지은 집들 사이로 나무로 얼기설기 엮은 다리들이 보인다. 조심조심 다리를 건너다 보면 동네 끝에 아빠가 동네 사람들 및 인부들과 직접 지으신 교회가 있었다. 거기 살던 종족들 이름은 사마 바자우였는데(나무위키에 있다. 오오 신기.) 그 지역 공통어인 세부아노(국어인 따갈로그어와 다름)가 아닌 자기네 말이 따로 있는 종족이었다. 사실 나는 세부아노는 대충 알아듣는데 종족 말은 노래 한 두곡 빼고는 전혀 모른다. 하여튼 바다에서 모든 생활을 하는 종족인 만큼 모든 생활 하수도 바다로 자연스레 흘러가는 시스템이었는데 생각보다 조류덕분인지 물은 깨끗했다. 나도 그 물에서 수영을 꽤 많이 했다. 동네 아저씨가 물고기 잡으러 갈때 따라 간적이 몇번 있는데 고기 잡는 방법이 특이했다. 배를 깊은 곳에 띄운 다음에 물안경만 끼고 한 삼십미터씩 잠수를 해서 총같이 생긴 작살로 고기를 잡는 것이다. 아저씨가 고기를 잡을 동안 나랑 다른 형은 바닥도 안 보이는 물에서 수영을 하고 놀았다. 작살로 물고기를 잡던 아저씨는 후에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셨다.
한 가지 기억나는 추억은 동네 사람들이 상어를 잡아온 날이다. 사실 그 동네 인근 바다에는 상어가 씨가 말랐다고 하는데 어디 멀리 가서 잡아 왔다고 한다. 배가 꽉 찰 정도로 큰 상어를 싣고 오던 사람들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비싼 지느러미는 따로 팔고 이빨이 겹겹이 난 입은 우리에게 주었다. 나머지 고기는 빨래 줄에 말려서 사람들이 먹었다. 그닥 맛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시에서 해안도로를 내는 바람에 동네가 없어지고 그 곳에 있던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사실 내 입장에선 별로 특별할 것 없는 기억들이었는데 써 놓고 보니 꽤나 특이한 기억들인듯 하다. 종종 어린 시절 기억들을 이렇게 써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