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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ntyi Knony Sep 03. 2017

치과 임플란트와 골유착

환자도 알고 있으면 좋은, 임플란트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

작년 7월부터 지금까지 1년 넘게 치과 병원에서 레지던트 선생님 혹은 교수님과 여러 치료 과정을 함께하고 있다.  영어에 익숙지 않은 노인 환자들도 ‘임플란트’라는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고 계셨다. 치과 임플란트(dental implant)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때가 불과 20여 년 전인데, 이제는 많은 국민들에게 친숙한 치료방식이 되었다.


치과 임플란트 성공률은 80%를 넘나 든다고 보고된다. 어떤 요인이 20%를 만들까? 금속과 사람의 골이 직접 결합하는 것을 의미하는 골유착(Osseointegration)은 임플란트 치료가 성공했냐 실패했냐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골과 임플란트가 단단하고 견고하게 붙었음이 확인되면 이후에 진행될 치료도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예후도 좋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임플란트 구성요소에 관한 용어설명을 미리 하는 것이 독자의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 같다. 임플란트는 크게 고정체(fixture), 지대주(abutment), 상부 보철물(crown)로 구성된다. 골유착과 관련된 것은 고정체로, 앞으로 자주 언급될 요소이다. 


임플란트 구성




골유착은 3단계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골 친화기

고정체를 식립 할 때 발생하는 열은 조직에 자극을 주고 동반되는 물리적인 힘은 혈관과 골을 손상시킨다. 신체는 갑자기 발생한 조직 파괴 상황을 위기로 간주하고 즉각적인 반응으로 대처한다. 일단, 손상된 혈관 부위에서 분비된 트롬빈 Thrombin은 혈병을 생성한다. 형성된 혈병은 혈소판과 응집하여, 서로가 엉겨 붙은 섬유소 그물망 구조 fibrin network를 만든다. 응급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만들어진 면역 TF팀은 보통 24시간 내에 응고 작업을 마무리하고 바로 장기적 대책을 수립한다.


혈소판은 단순히 응집만 하지 않고 혈관 생성인자인 PDGF(Platlet Derived Growth Factor)를 분비한다. PDGF는 손상된 혈관을 복구하는데 관여할 뿐만 아니라 치료 부위로 섬유모세포와 미분화된 중간엽 세포를 호출한다. 섬유모세포는 수산화인회석, 콜라겐과 같이 골기질을 구성하는 세포 외기질 단백질 합성에 기여한다. 미분화된 중간엽 세포는, 이미 치료 부위로 추가 투입되었던 BMP(Bonemorphogenetic Protein)가 RunX2와 osterix 유전자 발현을 촉진함에 힘입어 골모세포(osteoblast)로 분화된다. 골모세포가 처음 형성하는 것은 osteoid라고 불리는 미성숙 조직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골모세포는 섬유모세포가 형성해 놓은 골기질에 BMP를 축적하면서 골세포(osteocyte)로 분화하고, 골세포는 골기질을 조합하여 성숙이 덜된 무층뼈(woven bone)를 형성한다. 글만 읽어서는 이해가 잘 되지 않을 복잡한 과정이 보통 한 달 내로 이루어진다. 직접 제작한 그림을 통해 부족한 설명을 보충하고자 한다. 


골 친화기 과정


골 전도기

골세포는 골을 형성할 때 원기둥 모양을 가진 골원(osteon)을 기본 단위체로 한다. 즉, 골세포가 골기질을 일정한 장축 방향으로 배열하는 것인데, 이때 층판이 만들어진다. 층판이 계속 누적되면서 밀도가 커진다. 골 밀도를 높아지는 단계를 골 전도기라고 하며 보통 2~3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골 적응기

식립 3~4개월 후에는 골이 추가로 생성되지는 않는다. 다만 식립 된 고정 체위에 작용하는 부하에 반응하여 골개조(remodeling)가 일어난다. 미성숙했던 골이 구조물을 완벽히 갖춘 성숙 골로 변화하는 과정이 마무리된다. 고정체가 식립 된 부위로 하중에 크게 작용하면 골 개조가 억제되거나 섬유성 조직이 증식하여 골유착을 약화시킬 수 있다. 식립된 임플란트가 흔들리기도 한다.





성공적인 골유착을 위해서는 수술 과정에서 혈관이나 골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임플란트 자체가 가진 특성도 골유착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골유착을 강화하기 위해 임플란트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생체적합성을 갖는 재료   

티타늄 및 티타늄 합금은 치과 및 정형외과에서 많이 쓰이는 의료용 금속이다. 기계적 성질이 우수할뿐더러 부식에 저항하는 힘도 크다. 특히 임플란트 수술은 금속을 골 내부에 삽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생체적합성이 특히 중요한데, 티타늄은 우수한 생체적합성 마저 갖고 있다. 표면에서 자발적으로 얇은 산화막을 형성하여 티타늄 이온이 누출되더라도 골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피하게 해준다.     


디자인  

고정체 모양을 원통형이 아닌 나사형으로 하여 골과 임플란트가 접촉하는 면적이 넓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심지어 나사선의 빽빽한 정도까지 다르게 하여 환자가 가진 다양한 골밀도에 최대한 맞추려는 고정체도 제작된다.     


표면 가공  

티타늄 금속의 표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골유착 정도가 달라진다. 초기 임플란트는 단순히 기계로만 절삭한 표면을 가졌는데, 골질이 우수하지 않은 경우 상대적으로 식립 성공률이 낮았다. 화학적 혹은 물리적으로 표면을 가공하는 것은 골 밀도가 좋지 않은 환자에게도 건강한 치료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 때문에 시작됐다.  


RBM(Resorbable blast media): 금속에 흡수되는 모래 입자를 강한 압력을 이용하여 타격을 하면 미세한 요철이 생긴다. 단순 절삭된 매끈한 표면보다 골과 실제로 접촉하는 면적을 넓힌다.   

SA(Sandblasted and acid etched): RBM 표면에 산 용액을 처리하면 요철 내부에 더 미세한 분화구 구조가 형성된다. 골과 임플란트 표면이 접촉하는 면적이 획기적으로 넓어진다.   

SLA(Sandblasted, Large-grit acid etched): 금속에 흡수가 되지 않는 산화알루미늄 입자를 강한 압력으로 타격한 후 산 용액을 처리를 하는 방식이다.  

HA(Hydroxyapatite coating): 고정체 표면에 골기질 성분인 수산 화인 회석(Hydroxyapatite)을 입히는 것이다. 골밀도가 낮은 환자에게 임플란트 수술을 적용할 때 주로 이용한다.


가공된 임플란트 표면의 SEM 사진: 미세한 요철과 분화구 구조가 형성되어 골유착이 강화된다.
(가), (나) 출처: Effects of rhBMP-2 on sandblasted and acid etched titanium implant surfaces on bone regeneration and osseointegration: spilt-mouth designed pilot study




 '친숙하다'가 '쉽다'를 의미하지 않는다. 치과 임플란트는 널리 인식된 방법이지만 환자가 가진 전신 건강 상태와 해부학적 구조물을 고려해야 하는 복잡하고 난해한 치료이다. 게다가 잇몸을 절개하고 뼈를 삭제하는 외과적 방식이 포함된 엄연한 '수술'이기 때문에 치과의사 입장에서 일정 수준의 위험부담을 안아야 하는 치료이기도 하다. 그래도 치과 임플란트는 의학과 생물학 그리고 재료과학이 만들어낸 발전 양상이 적절하게 버무려진 매력 있는 치료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그 매력의 일부를 환자들도 알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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