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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딩인가HR인가 Oct 29. 2024

오늘의 일기

오늘보다 조금 더 남기는 하루를 살아내고 싶다 

메일함을 열어 어제/오늘 도착한 몇몇 메일에 회신을 한다. 


어제 퇴근하기 전에 팀원이 전달해 준 프로젝트 결과 보고 자료와 신규 기획안을 살펴보고 문서에 코멘트를 남긴다. 


최근에 도입된 HR 시스템에서 미처 챙기지 못한 데이터가 있었는데, 다른 데이터와의 연동에 대한 제안 의견을 시스템 담당자에게 DM으로 남겨둔다.  


팀원의 다면피드백 리포트를 살펴보고, 피드백으로 전달해 줄 사항을 머릿속으로 대략 정리해 본다. 


팀원과의 원온원, 마음속에 불쑥 솟아오르는 에고를 최대한 눌러 담으며 피드백 대화를 나눈다. 


최근에 부서 이동으로 새로운 팀에서 적응 중인 동료와의 점심시간, 개인적인 근황과 어수선한 회사의 상황을 이야깃거리 삼아 잠시 계절을 느끼며 걸어본다. 


모 부서의 리더로부터 슬랙 메시지가 온다. 오후에 잡혀있던 신규 구성원 온보딩 최종 미팅에 참여가 어려워져서 일정 조정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급하게 구글 캘린더를 열어 미팅에 같이 참여하기로 했던 사람들의 일정을 파악하고, 가능한 스케줄로 일정을 제안한다. 곧이어 미팅에 참여하는 다른 이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일정 조정의 양해를 구한다. 이어서 온보딩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시스템에도 수정된 현황을 업데이트해둔다. 


HR 시스템에 외국어 기능이 조만간 배포된다고 하더니 오늘 안내가 되었다. 시스템의 각 메뉴와 항목들, 세부 구성 등에 영어와 일어가 잘 적용되었는지 살펴보고 필요한 수정/제안사항 등을 정리하여야 한다. 살펴보아야 할 영역을 나누어 팀원들에게 분담한다.   


조금 늦은 오후에는 내가 직접 진행하는 '월간 리더십 기본 과정'이 예정되어 있다. 지난달에 시간이 다소 빠듯했던 것이 기억나, 자료 중에 몇몇 불필요하다 생각되는 것들을 삭제하고, 슬라이드 순서도 일부 조정한다. 


미리 예약해둔 회의실에 팀원 한 명과 같이 들어가 사전에 화상 시스템과 오디오 송출 여부 등을 체크한다. 시간이 되자 참여 신청을 했던 구성원들이 미팅룸으로 들어온다. 지난달에 비하면 이번 달에는 소수다. 90분 예정 시간을 7-8분 정도 넘겼다. 진행하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이 또 넘쳤나 보다. 팀원에게 시간 엄수를 해달라는 피드백을 받고 한 번 더 반성해 본다. 


내일은 우리 팀의 내년도 사업 계획 수립을 위한 팀 워크숍이 예정되어 있다. 현재 조직의 상황과 전략 방향을 짚어보고 올해 진행한 프로젝트를 팀원들과 함께 돌아보며 내년 팀의 목표와 주요 과제, 그리고 개인 차원의 플랜을 논의해 볼 생각. 이러한 활동을 위해 아이디어를 작성하고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는 간단한 워크 시트를 만들고, 팀 클라우드 폴더에 저장해둔다. 



이렇게 오늘 하루의 일을 기록해 보면, 꽤나 그럴싸하게 보인다. 


하루 동안 일을 하며 To Do List를 하나하나 없애다 보면 마치 무언가 성취를 이룬 것 같은,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내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때도 있다.  


이제, '무엇을 했느냐'보다 '무엇을 남겼느냐'에 집중하고 싶다. 


하루 동안 메일을 얼마나 주고받으며, 얼마나 많은 리더 혹은 구성원들과 메시지를 주고받는지, 교육이나 워크숍 설계를 얼마나 촘촘하고 트렌디하게 기획을 했으며, 몇 시간 혹은 몇 회를 진행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참여시켰는지...(이런 것들도 경시할 수는 없지만) 


주고받는 소통 속에서 각자의 역할과 기여를 존중하고 인정했는지, 워크숍과 같은 모임의 장소에서 우리는 얼마나 진솔하고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지, 나와 팀원은 서로가 의미로 채워진 풍성한 대화를 얼마나 잘 나눌 수 있었는지, 이와 같은 경험과 사실이 나를 더 행복하게 한다.  


감사하게도, 내일이라는 시간이 내게 또 주어진다면

오늘보다 조금 더 남기는 하루를 살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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