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자취방, 중기청 대출을 이용해서 전세이사를 준비할 때였다. 마음에 드는 방을 찾아 중개인한테는 ‘대출가능여부를 은행에 확인하고 올 테니 하루만 기다려달라’고 전했다. 중개인도 알겠다고 하며 집주인에게 연락하겠다고 답했다. 잠시 후 중개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질권설정은 안 하시는 거죠?”
“네?”
“질권설정이요~”
“그런 건 없는데요??”
“집주인 사모님이 중기청 대출 받아서 들어온다고 하니 질권설정부터 바로 물어보셔셔요, 해당사항 없으신 거네요~전달할게요!”
이게 무슨 말이야.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다.
이를 쉽게 설명하자면, 보통의 전세대출과정은 임차인이 자신의 신용점수를 바탕으로 전세대출을 받아 입주를 하고 전세 만기가 될 때 계약연장을 하지 않으면 임차인이 은행에 대출금을 상환을 하는 게 일반적인 방식이다. 이를 상환하지 못했을 때 임차인의 신용점수에 문제가 생기거나 아무튼 임차인에게 불이익이 가는 형태이나, 질권설정을 하게 되면 임대인에게 그 대출금을 상환하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은행이 가지게 된다.
그래서 질권설정을 하게되면 전세만기가 되고 보증금을 돌려줄 때 대출금액은 임차인이 아닌 임대인이 직접 은행에 상환하는 것이다. 간단요약하자면 대출금 상환 시점 때 은행이 임대인을 잡고 늘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집주인들은 자신들에게 불이익이 올 수도 있으니 질권설정을 꺼리는 것이었다. (참고로 중기청대출 80%는 질권설정이 필요없으나, 100%는 질권설정이 필요하다.)
이렇게 방을 구하러 다니면서 중개인과 대화를 하다보면 생소한 단어가 많이 나올 것이다. 무시당할까봐, 사기칠까봐 겁나서 괜히 아는척 하지 말고 모르는 게 있으면 바로바로 중개인에게 물어서 정보를 얻길 바란다.
계약할 때도 뭔가 조금이라도 찝찝하거나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묻길 바란다. 사회초년생은 계약할 때 중개사든 임대인이든 보통 본인들보다 나이가 훨씬 많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그 어른들 사이에서 묻는 게 겁이 나거나 뻘쭘해서 참지말고 그냥 편하게 묻길 바란다. 사회초년생이라면 그분들보다 모르는 게 많은 것이 당연하고 그분들도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보통 친절하게 설명해 주신다.
중기청 대출과 전세, 보증보험가입을 알아보며 나름 공부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중개인과 함께 방을 보러다니고 계약이라는 실전에 투입되니 끊임없이 새롭게 알게되는 정보가 많았다.
남들이 볼 때 ‘저런 것도 몰랐어? 바보 아니야?’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정말 기초적인 것도 몰랐다. 내가 실전경험을 통해 알게 된 아주 기본적인 사항들을 정말 부끄럽지만 정리해 보고자 한다. 사전적 의미는 검색하면 다 알 수 있을 것이니, 내 방식대로 풀어서 설명해 보겠다.
1. 채권최고액
방을 구할 때 등기부등본은 한번씩 떼 볼 것이다. 거기에 기입되어 있는 단어. 집주인이 집을 담보로 대출한 금액이 등기부등본에 나오게 된다. 나는 처음에 이걸보고 ‘이 금액을 대출 받았구나~’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실제 대출원금의 1.2배 혹은 1.3배가 등기부등본에 기록되는 것이다. 보통 1.2배로 생각하면 된다. 채권최고액이 7200만 원으로 나와있다면 집주인이 실제로 대출한 금액은 6000만 원인 것이다. 이는 집주인이 대출이자를 내지 못해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연체되어있을 이자까지 대출기관이 미리 계산을 해서 원금과 이자를 확보해둔 것이다.
2. 등기부등본상의 집주인 주소는 현 주소가 아닐 수도 있다.
세 번째 자취방 계약서를 작성할 때였다. 등기부등본을 확인하고 임대인 정보를 계약서에 적는데 중개사 사장님이 미리 작성해 둔 계약서 초안에는 등기부등본에 있는 임대인의 주소가 기입되어 있었다. 그런데 임대인이 주소지가 다르다며 새로운 주소를 불러주는 것이었다. 부동산 사장님은 아무 말씀없이 그냥 받아적으셨는데, 나는 그 상황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왜 등기부등본에 나와있는 임대인의 주소대로 하지 않는거지?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나 지금 눈뜨고 사기당하는거야? 싶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이거 왜 이렇게 되는 거예요?’라고 묻는 게 너무 멍청해보여서 나름 아는 척을 하면서 물어봤다.
“이 주소가 다른 거는 등기를 새로 치면 바뀐 주소로 나오나요?”
이게 더 멍청해 보이는 질문이었다. 순간 임차인 측 공인중개사, 임대인 측 공인중개사 및 직원, 임대인 부부 모두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임대인이 약간 언성을 높이며 입을 열었다. “등기라는 것은~” 그러자 중개사 사장님 두분 모두 허겁지겁 임대인의 말을 막아서고 나에게 자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계약 때는 중개사들이 임대인의 눈치를 정말 많이 본다. 조금이라도 임대인의 심기가 불편할 틈이 보이면, 아니 보이기도 전에 바로 상황을 풀어버린다) 설명을 듣고 아차 싶었다. 등기부등본 상에 있는 임대인의 주소는 말 그대로 등기를 칠 때 당시의 임대인의 주소가 기록되는 것이고, 임대인이 아무리 이사를 몇 번씩 가서 전입신고를 새롭게 해도 그 등기칠 때 당시의 기록된 주소지는 변경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사실 난 이를 알고 있었다. 그런데 계약할 때는 너무 긴장을 해서 알고 있던 것도 머리가 새하얗게 돼서 저런 바보같은 질문을 한 것이었다. 계약 끝나고 나와서 속으로 나 자신에게 ‘어휴 이 바보 멍충아’라고 몇 번이나 외쳤다. 저 질문을 한 게 내 흑역사 중의 하나다.
3. 임차인/임대인 부동산이 각각 다를 수 있다.
두 번째 자취방을 구할 때였다. 다가구주택+중기청대출+보증보험가입이 모두 가능한 매물을 찾느라 엄청 애를 먹고 있었다. (-다가구주택 보증보험가입, 하늘의 별따기-에서 자세하게 풀어보겠다) 중개사 사장님이 가능한 매물이 있다고 하여 바로 달려갔다. 장소에 도착하니 그곳에는 나와 계속 연락을 하고있던 중개사 사장님과 처음보는 분이 계셨다. 일단 방을 먼저보는 게 급했기에 이 분이 누군지에 대해서는 그닥 궁금하지 않았다. 방을 다 보고서 1층으로 내려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눴다. 그 처음보는 분이 이 매물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셨다. 그리고 중개사 사장님이 그 분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더 하고, 그 분은 답변을 해주시고 대화가 마무리됐다. 마지막에 각각 흩어질 때, 중개사 사장님은 그 분에게 말했다. “언니, 고마워~”
부동산의 시스템은 이러했다. 집주인이 부동산 여러곳에 매물을 내놓고 부동산은 그들만의 매물공유시스템(정확한 명칭은 모름)에 올려놓는다. 그러면 집주인이 연락하지 않은 부동산에서도 해당매물을 볼 수 있는데, 이 두 번째 자취방 매물이 딱 그런 경우였다. 내가 연락을 주고받던 부동산을 a이라고 하고, 집주인이 연락해서 매물을 내놓은 부동산이 b이라고 하자.
a에서 계속 다른 매물이 없는지 시스템을 통해 확인하던 중에 적당한 매물을 찾았는데, 그 매물이 올라온 부동산이 b라서 a부동산 중개사 사장님이 b부동산에 연락을 해서 방을 보여달라고 한 것이다.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b부동산이 a부동산에 매물을 완전히 넘겨주는 것인 줄 알았다.
나는 해당 매물로 계약하겠다고 말하고, 계약날이 되어 a부동산에 방문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임대인과 b부동산에서 나온 저번에 뵌 분과 또 처음보는 남자분 이렇게 세 분이 오는 것이었다. 임대인은 알겠고, 매물을 볼 때 뵀던 b부동산 분은 한 번 봤으니 알겠는데, 저 남자분은 도대체 누구시지? 왜 여기 오시는 거지? 싶었다. 남편인가? 대리인인가? 법무사인가? 뭐지? 여기 왜 있지? 머릿속으로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본격적인 계약이 진행될 때 모든 게 이해가 됐다. 그 남자분은 b 부동산의 대표공인중개사였고, 매물을 볼 때 동행했던 분은 b부동산에서 나온 직원이었던 것이다.
계약할 때는 공인중개사를 반드시 끼고 진행해야 되니 b부동산의 직원분과 임대인만 올 수는 없었고 대표 공인중개사가 함께 방문한 것이었다. 그래서 임차인의 중개수수료는 내가 a부동산에 주면 되는 것이었고, 임대인의 중개수수료는 임대인이 b부동산에 내는 것이었다.
나는 첫 번째 자취방을 구할 때 한 부동산에서 한 명의 공인중개사가 계약을 진행하고, 중개수수료도 임대인/임차인 모두 그 공인중개사 사장님께 내니 ‘부동산 계약은 한 명의 공인중개사 한테서 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보통은 임차인 공인중개사-임대인 공인중개사 이렇게 2명과 함께 계약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두 번째 계약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이걸 쓰면서도 이를 몰랐다는 사실이 너무나 부끄러운데 아무튼 임대차 계약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첫 계약 때 나같은 상황에 놓이더라도 당황하지 않길 바란다.
4. 임대사업자는 계약 갱신때 보증금을 5% 넘게 올리지 못한다.
이건 말 그대로다. 임대인의 경우 가끔씩 임대사업자를 내고서 방을 내놓는 경우가 꽤 있다. 이렇게 임대사업자와 전세계약을 체결한 후 2년 후에 계약갱신 시점이 다가올 때 집주인이 아무리 보증금을 많이 올리고 싶어도 5%까지만 증액이 가능한 것이다. 내가 전세 매물을 한참 보러 다닐 때 1억 6천 8백만 원 짜리 전세 매물이 있었는데 1억 6천이거나 1억 7천이 아니고 왜 이렇게 애매한 금액으로 내놨지? 싶었는데 이러한 이유 때문에 1억 6천 매물을 1억 6천 8백으로 내놓은 것이었다. 이는 갱신 뿐만 아니라 다른 임차인과 신규 계약 할 때도 이전 임차인과 계약했던 금액에서 5%밖에 올리질 못한다.
부동산 정책은 항상 바뀌는 것이고 나는 2017~2023년도에 경험한 내용을 쓴 것이니 현재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시점에는 또 어떻게 상황이 바뀌었을지 모른다. 이 점 참고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