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빌리고 안 갚는 친구를 살해한 뉴스가 떴다.
몇 년 전에도 돈 빌려가 놓고 안 갚는 회사 동료를
강남 한복판에서 칼로 찌른 사건이 있었다.
그때 기사의 댓글에 충격 먹었다.
대부분의 댓글이 칼 맞은 채무자에게 싸늘했다.
90% 이상 이건 쉴드 못 쳐주겠다는 반응이었다.
유교사상이 뿌리 깊이 박힌 동방예의지국 조선 사람들도
돈 빌려가놓고 안 갚는 사람에겐 일말의 동정조차 없었다.
이번 사건은 친구와 돈거래로 가장 최악의 엔딩을 만들고 말았다.
돈은 죄가 없을 텐데...
내 마음 같은 댓글 하나가 눈에 띈다.
'돈 좀 그만 쳐빌려라.
한 두 번 빌려주니깐 계속 빌려 달래서
이제 전화와서, 부탁할 게 있는데...
이럼 치가 떨린다.
돈 빌려 줄거면 없는 셈치고 주라고??
장난하냐?
그런식이면 나도 꽁돈 벌겠다.'
또,
'OO아, 이 기사 봤으면 빌려 간 내 돈 갚아라'
변제상환을 촉구하는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돈은 피와 땀으로 만든 결정체다.
나는 돈이 없으면 간장에 밥 비벼 먹고 살겠다는 신념으로 산다.
물론 제대로 일을 해서 돈을 벌면 더없이 훌륭하겠지만.
내가 평소 엉뚱한 소리 잘하고 생각없이 사는 것처럼 같지만
돈에 무척 현실적인 사람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아버지가 남긴 수첩에
돈 빌려준 사람과 금액이 적힌 리스트가 있어서
장례 치른 후 오빠가 수첩에 적힌 사람들 집에 찾아가서
아버지가 살아생전 빌려 준 돈 얘기하니깐
돈 없다고 더 이상 말도 못 꺼내게 하고 대문 밖으로 쫒아냈다.
도덕책에나 나올 법한 시골인심 개나 주고 빌린 돈이나 갚아라.
부조금도 안 냈던 독한 시골 사람들이었다.
1년 쌀농사 지어서 그 돈 몇 푼이나 된다고
그 피 같은 돈을 빌려줬더니 돌아오는 건 벌레 취급이다.
이래서 나는 한편으로 시골 사람들을 혐오한다.
살 만큼 사는 사람들이 빌려간 돈 안 갚으면
살인 본능 일어날만하다는 생각도 든다.
사람이 엄청난 이념 갈등으로 미운 게 아니고
꼴랑 돈 10만원 안 갚아서 죽도록 미운 거다.
돈 빌리고 안 갚는 사램들아,
니 사정 들어주다가
니 친구는 사경을 헤맨다.
친한 친구에게 돈을 빌려줬는데
돈을 제때 안 갚아 사이가 틀어지고
서로 원수지간이 되어 인연이 끊어질 수 있다.
돈거래로 인한 부정적인 경험을 하게 되면
결국 사람과의 신뢰를 잃게 되어
후에 친구가 사정이 어려워 다급하게 돈을 빌릴 때
그 친구가 아무리 친하고 신용있는 사람일지라도
예전 돈거래로 안 좋았던 경험 때문에 거절하게 된다.
돈 빌리는 사람은 약속한 날짜에 갚고
갚을 때 이자는 못 주더라도
고마웠다고 커피 쿠폰 한 장 쏴주며
신뢰의 끈을 잘라버리지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