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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 사춘기 Nov 04. 2024

나는 사춘기입니다.

프롤로그


돌아보면, 나의 10대 때에는 공부를 하지도, 그렇다고 놀지도 않는 그저 평범하지 그지없는 학생이었다.

사색을 하거나 깊은 생각에 대한 필요도 느끼지 않았다.

그러므로 10대 때 나의 사춘기는 그저 호르몬으로 인한 이차성징과 기분 변화의 정도였다.


조금 더 지난, 20대 때에는 졸업 후에 바로 취직을 하면서, 업무를 익히고, 그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푸는 데에만 시간을 보냈다.

나도 이제 어른이라는 감상에 젖어, 세상의 가치를 평가하고 나만의 잣대를 만들어 여기저기 들이대느라 바빴다.

새롭게 만들어낸 나의 틀 안에 사람들을 욱여넣고, 맞지 않으면 ‘나와는 안 맞아’라는 말로 욱여넣었던 사람들을 또다시 끄집어냈다.

사람과의 관계도 우스웠다. 내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누군가가 내게 영향을 주는 것에 대한 인지도, 거리낌도 없었다.

그러다가 내 고집대로의 틀 안에 누군가를 욱여넣었고, 28세의 나는 그렇게 부모님이 반대하는 결혼을 강행했다.


남들 눈에도 좋아 보이고 내 눈에 좋아 보이는 것을 쫓아, 열심히 번돈으로 해외여행을 다니고, 외제차를 사고, 겉모습을 꾸미고, 신식 아파트로 이사했다.

그런 게 행복인 줄 알았다.

그런 모든 것들을 내 손에 쥐고 있으면 성공이라고,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손안에 쥐고 있던 것이, 작년 어느 여름날. 한순간에 깨져버렸다.

아. 내 손에 있었던 건 가짜였구나.


남편의 휴대폰 안에 다른 여자와의 연애하는 말들, 10년의 결혼생활을 하는 나를 룸메라고 칭하는 표현들,

우리의 딸을 두고 다른 여자와 서슴없이 이야기하는 이야기들.

손이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집이 폭삭 망하거나, 누군가가 죽도록 아픈 일이 있더라도 남편이 나를 두고 바람피우는 일이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상상도 하지 않았다.

나의 선택을 굳게 믿었었다. 모든 것을 무릅쓰고 내 고집대로 했던 결혼이었기에, 틀려서도 잘못되어서도 안되었다.


남편의 외도를 알고 3일은 내내 울면서 보내고, 2주는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 고민했고, 그 후 2주는 짐을 정리해서 부지런히 친정으로 날랐다.

한 달 뒤. 나는 나의 소중한 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렇게 내 안으로 눈을 돌릴 틈도 없이 시간을 보냈고, 나는 그렇게 나이가 들어 어느새 불혹을 앞둔, 6살 딸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이제야 나는, 10대 때에도, 20대 때에도 고민하지 않았던,

‘나‘라는 존재와, ’ 나의 아이‘와 ’ 나의 하나님‘과의 관계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사춘기를 꾸며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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