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눈 감기
나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일이.
내 안에 있는 나를 살펴보고, 자리에 멈춰 서서 내 안으로 눈을 감는 움직임이.
그 무게가 참 필요한 일임을 느낀다.
들여다보지 않으면, 우리도 우리 맘을 속이면서 사니까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좋아하는 노래 가사이지만, 그것이 꼭 나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아 작은 위로가 된다.
누군가에게 나의 마음이 전달되기를 바라고, 누군가가 나의 마음을 모두 이해해 주길 바라는 것은,
그에게 기대를 거는 만큼 나의 마음과 나의 행복을 주는 것 같다.
그렇게 기대와 이해의 욕심이 커지면,
더 크게 부푸는 마음의 이름은 사랑이 아닌 이기심, 혹은 교만, 자만으로 변한다.
나의 28세 그 한 번의 올인. 나의 인생 전부를 걸었던 그 큰 교훈으로, 나의 세상 가장 소중한 딸을 선물로 얻었고,
내가 아이를 통해 보는 세상의 향한 눈짓.
아이가 나를 통해 보는 세상을 향한 시선.
그런 것이 나를 더욱 자라게 한다. 나를 더욱 익어가게 한다.
그리고 그 익어가는 시간이 달디달지만은 않을지라도, 쓴 곳도 있고, 아픈 곳도 있을지라도, 그 시간을 견디며 익어감이 귀하다.
지난 나는 다른 사람을 귀담아듣지 않았고, 나에 대한 자만과 교만함이 극치였고, 스스로를 지나치게 믿었다.
어쩌면 나는 전배우자를 믿은 것이 아니라, 나의 선택을 더욱 믿었던 것 같다.
하나님과 결혼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전배우자의 요구에도 하나님을 버리고, 부모의 극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내 고집대로 한 선택이었기 때문에
나의 선택은 잘못되어서도, 틀려서도 안 됐다.
무조건 옳아야 했고, 어긋나선 안되었고, 나를 배신해서는 안되었다.
그래서.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이혼이라는 큰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지난 선택이 어긋나 버린 지금.
나의 자만함이, 나의 교만이, 나의 ego가. 얼마나 더럽게도 멋대로인지 눈을 감고 비로소 내 안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저 막연하게 ‘앞으로는 잘 되길’ 꿈만 꾸던 내 삶을 내가 살아가면서도, 나는 가장 중요한 나의 마음은 들여다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곳은 보고 있어 봤자. 머물러있어 봤자. 텅 비고 아무도 없는 내 안에 서 있는 것이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
과거 10대와 20대 때의 나 스스로에 대한 고민이 부재한 것이, 프로이트의 발달단계 중 하나가 빠진 상태이지만 그래도,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직장도 잘 다니고 있으니 그럭저럭 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 스스로 물음을 던지고 깊이 빠지는 그 시간이 나의 살아감 전체에서 얼마나 소중하고, 또 나와 하나님의 관계에 있어 얼마나 필요한 순간인지,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도약이 되는지 이제야 알았다.
이제라도 알아서, 이제라도 고민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참 감사하다.
글을 쓰는 게 좋다.
내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하나씩 적다 보면, 내 안에 형체 없이 숨어서 냄새만 풍기던 그 마음들이 어떤 모습인지, 왜 그런 냄새가, 또는 향기가 나는지 조금씩 볼 수 있게 된다.
그동안 멀리서 냄새만 맡고 상상만 했던 형체가 사실은 냄새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보게 된 지금.
그 지금을 맞이한 지금의 시간이 참 소중하고 귀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