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뭐였더라
요즘엔 사람과의 만남에서 ‘MBTI 가 무엇입니까’의 질문이 참 빠지지를 않는다.
무려 직장 면접에도 등장하고, 각 업계 마다도 열광하는 유형이 따로 있다.
T와 F의 물음에서,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는 지를 놓고 감정과 공감의 정도를 예측한다.
P와 J의 물음에서는 즉흥과 계획의 비중을 측정한다.
그러고 보면 90년대 때의 4가지 혈액형으로 사람을 분류했던 ‘bone to 나란 사람’에서 ‘describe by myslef’로 모양만 조금 바뀐 것 같다.
Blood type으로 분류했던 예전보다는 조금 더 합리적으로 보이고, 어떤 면에서는 나를 잘 설명해 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예전부터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빠르게 판단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모두가 제멋대로인 사람들을 판단하고 파악하기 위해, 몇 안 되는 틀을 마련해 놓고, 틀에 꼭 맞지 않더라도 조금 맞는 구석이 보이면 ‘이때다’ 하고 그 틀 안에 얼른 욱여넣고 새어 나오지 못하게 못으로 땅땅 박아 ‘넌 그런 사람이야’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MBTI 질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나와 마주 앉은 상대를 빠르게 파악하고 싶은 그 질문이, 서로 공유하는 시간을 뛰어넘는 치트키 같은 느낌이다.
몇 가지 물음의 답으로는 나라는 사람을 묘사하고, 그대라는 사람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여럿이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더 즐겁다’
이 질문의 답을 위해, 실제로 내가 과거에 선택했던 시간들을 떠올려 ‘전혀 그렇지 않다’와 ‘그렇지 않다’의 정도를 고민하는 대상은 과거의 나다.
과거의 내가 오늘의 내가 되었고, 오늘의 내가 생각하는 것이 내일의 나 인 것임은 동의하지만,
MBTI의 틀 안에서 판단하고 싶지도, 판단되고 싶지 않다.
16개의 틀 안에 있기에는 나는 참 입체적인 사람이고, 나도 나를 잘 모르겠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MBTI 는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