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대물림

by Oneweek Essay

집집마다 그 집에서만 만들어 먹는 음식이 하나쯤 있을 것이다. 어디서도 팔지 않고, 이름을 말해도 잘 모르는 음식. 우리 집에는 ‘당면찌개’가 있다.


육개장과 비슷하지만 고사리나 숙주, 토란대는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마늘과 쇠고기를 넉넉히 넣고 빨갛게 끓인 국물에 불린 당면을 듬뿍 넣은 다음, 개인 국그릇에 담아낸다. 면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엄마는 늘 당면을 푸짐하게 말아주셨다. 면을 한참 먹다 보면 당면이 국물을 빨아들여 처음에는 국이었던 것이 어느새 자작한 찌개가 된다. 그러면 엄마는 솥에서 국물을 한 국자 떠서 내 그릇에 부어주었다.


내가 아는 최초의 당면찌개는 외할머니가 끓이던 것이다. 손이 크던 외할머니는 대식가였던 삼촌들과 할아버지를 위해 늘 한 솥 가득 음식을 만들었다. 그 음식을 엄마가 배워 우리에게 해주었다.


가끔 외할머니가 끓인 원조 당면찌개를 먹으면 어딘가 낯설다. 엄마의 손맛에 익숙해진 탓인지, 원조보다 엄마의 당면찌개가 더 좋다.


결혼해 집을 나오고 나서는 당면찌개를 먹을 기회가 거의 사라졌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기도 하고,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이 너무 많다. 자연스럽게 기억 속에서 조금씩 멀어졌다.


그러다 어느 날 아내와 ‘죽기 전에 먹고 싶은 음식’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나는 그때 엄마의 당면찌개를 떠올렸다.


엄마는 고기를 잘 먹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가족들이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로 당면찌개를 끓이셨다.


언젠가 나도 아이에게 이 당면찌개를 끓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할머니에게서 엄마에게로, 엄마에게서 나에게로 내려온 음식이 하나쯤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다.


다음 가족 모임 때는 엄마에게 당면찌개 만드는 법을 배워야겠다. 언젠가 아이에게 끓여주기 위해서.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