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시유랑자 Sep 30. 2021

한국의 아파트는 과연 성냥갑 모양의 공해인가.

한국의 아파트는 나름 효율의 끝판왕이다

주입식 교육처럼 한국에서 나는  "한국의 아파트는 성냥갑과 같다는 소리를 귀에 닳도록 들었다. 소위 해외에서 공부하고 온 도시계획 전문가들과 건축 전문가들을 해외의 미관지구와 비교하며 한국의 현대식 주거공간을 많이 비판했다. 나 역시도 여행자적 입장에서 유럽을 갔을 때 유서 깊은 도시의 디자인과 광장 그리고 개발이 전혀 없는 그곳이 마냥 멋져 보였다. 하지만 직접 집을 구하고 생활을 하면서는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재개발 재건축을 하지 않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물론 인간의 가치는 효율만 따질 수 없고 문화, 역사 미관도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그 요소에 생각보다 수많은 사람들의 불편함과 희생을 담보로 한다. 물론 그것을 지키기 위해 희생이 따른다지만 그 희생은 주로 젊고 부자인 부모가 없으며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물론 한국도 최근 집값이 상승하면서 재건축 재개발을 해도 젊은 사람들에게 돌아갈 거주공간이 없지만 그건 잠시 논외로 치고 절대적 공급이 부족하다는 거다


물론 스웨덴도 임대주택을 위해 늘리는 정책을 피기는 한다. 우리나라 개념의 신도시로 넓히기는 하지만 인사이드 시티 개념으론 턱없이 부족하다. 집 같은 집을 가지기 위해서 생각보다 살인적인 월세를 지불해야 한다(나는 시내에 살 때 6평이 안 되는 공간을 한국돈으로 150 정도를 내고 살았다) 비단 스웨덴만의 문제가 아니라 들었다 세계 파리, 런던은 이미 유명해서 언급하지 않겠다. 하녀 방 같은 공간도 구할 수 없어서 셰어하우스가 보편적인 주거공간이니 말이다. 주거공간을 과연 역사와 미관의 관점으로만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들었다. 나는 원래 남이 생각하는 것을 한번 더 비틀어 생각해보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겪었던 불편감 때문이다. 그리고 미관상 아주 이쁜 그 오래된 집들은 생각보다 치명적인 기능적 단점이 있다는 것을 생활 전에는 몰랐다. 내가 살던 집들은 마지막 집을 제외하면 다들 100여 년 이상 된 집들이였는데 그 집에 달려있는 창문은 참 예뻤다. 우리가 늘 생각하는 양문으로 활짝 열 수 있는 클래식한 창문이었다. 그런데 그 창문은 겨울이면 너무너무 추웠다 세월에 닳아서인지 찬 기운이 집을 파고들었고 여름이면 방충망이 없어서 벌레에 취약했다.


오래된 라디에이터는 중앙난방식에 일정 온도가 아니면 내 마음대로 틀 수 없었다. 그래서 집안은 겨울이면 늘 추웠다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오면 가끔 밖이 더 따뜻할 때도 있었다. 한국에서 겪는 온돌이 그리웠다. 그리고 오래된 가스레인지나 오븐은 라이터가 있어야 불이 붙었다 나는 그걸 사용하는 것이 한동안 겁이 났었다. 물론 나의 기준으 다 오래된 아파트 기준이다. 하지만 시내 대부분의 아파트는 내가 살 던 곳과 같이 소위 “올수리”를 하지 않으면 비슷한 컨디션이었다. 물론 자가라면 한국식으로 온돌 시공도 현대적인 스타일의 새시 시공도 다 가능하다. 하지만 임대자 입장에서는 나름 가혹했다. 그래서인지 몇몇 빈 땅에 시내에도 새 아파트가 생기고 있었지만(캘롤린스카 병원 근처에 몇 채가 생겼다) 턱없이 부족했다. 그제야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던 아파트가 그래도 한국의 좁은 땅과 그에 비해 많은 인구수 특히 수도권 과밀화가 심한 한국엔 최적의 선택이었구나 생각했다.


한국은 생각보다 건축물을 짓기에 좋은 기후가 아니다. 사계절이 뚜렷하다는 좋은 말로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지만 연교차가 심하고 연 기후변화가 심하다는 이야기다. 삼한사온의 기온과 장마철도 있고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은 매우 적으며 겨울은 아주 춥고 여름은 또한 아주 덥다. 에어컨과 온돌이 동시에 필요하며 내부와 외부의 온도차가 크다. 그 모든 것을 극복하는 디자인을 내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한동안은 디자인은 포기하고 기능을 중시하는 제품들이 많이 나오고 갑자기 도시화된 나라에 아파트는 좋은 대안이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주차공간 역시 확보하다 보니 말이다.


게다가 한국의 집들은 이미 기본적으로 온돌을 깔고 에어컨을 설치하는 것을 전제로 지어지기 때문에 리모델링 시에서도 기존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 물론 최근 스웨덴의 집들도 바닥난방을 한다던지 에어컨 설치가 용이하게 현대적 스타일로 지어진다고 들었다. 왤까 효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미관도 중요하지만 기능의 편리함도 알기 때문이다. 내가 어린 시절 나고 자랄 때 항상 서양 것은 좋은 것 우리가 닮을 것  우리는 언제나 반성하고 비판의 대상이었다. 그래서인지 항상 서구권의 어떤 것과 비교하고 우리의 단점을 찾는 것이 습관화된 거 같다. 무언가가 생기고 자리 잡는 것은 원래 전통 생활방식이나 기후 등의 영향을 받는대도 너무 무분별하게 비판만 한 게 아닐까


최근 들어 한국의 주거공간들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단점은 비싸지는 게 문제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효율성이 있던 한국 아파트가 나는 해외 생활에서 종종 그리웠다 겨울에 문 열고 들어오면 따뜻하고 한 여름에 더우면 에어컨을 킬 수 있는 아파트가 말이다. 몇 년 새에 스웨덴도 매우 더워졌다.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로 겨우 버텼던 더운 스웨덴의 여름에 비하면 집은 나는 한국이 더 좋더라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